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월 1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현무-5 탄도미사일을 올해 연말부터 작전 부대에 배치하고 대량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무-5는 탄두 무게가 8t에 달해 ‘괴물미사일’로 불린다. 안 장관은 “탄두 위력과 사거리를 한층 강화한 ‘차세대 미사일 체계’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해 ‘현무-5’를 발전시킨 ‘현무-6’(가칭)의 연구 및 개발을 시사했다.
현무-5는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응징보복(KMPR) 수단이다. 북한의 핵시설이나 주요 핵심 군사 표적을 파괴할 수도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북한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게 최우선 목적이다. 현무-5를 가장 강력한 ‘참수작전’ 수단으로 사용해 김정은의 전면전 도발 의지를 꺾겠다는 것이다. ‘현무-5’는 북한의 핵 위협에 상응하는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전략 무기임과 동시에 국민에게는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라고 정부 고위 관계자는 평가했다. 안 장관은 “공포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선 상당한 물량의 괴물미사일을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괴물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는 지난해 10월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일반에 처음 공개된 후 올해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2단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인 현무-5는 9축 18륜 이동식 발사 차량(TEL)의 원통형 발사관에서 발사 후 공중에서 점화되는 ‘콜드 론치’ 방식이 적용된다. 중량이 8t급인 탄두의 낙하와 그에 따른 충격파가 동시 발생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표적의 성격에 따라 탄두 설계와 폭약의 종류 및 신관 등을 달리해 ‘지상 표적 타격용’, ‘지하시설 타격용(벙커버스터 역할)’, ‘광역 타격용(집속탄)’ 등으로 다양화할 수 있다.
그동안 현무-5의 위력을 놓고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는 각양각색이었다. 4년 전 현무-5의 존재가 처음 외부에 알려진 이후 그 위력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긍정적 평가는 “현존하는 최강의 벙커버스터 GBU-57(탄두 중량 2.4t)보다 위력이 더 강력해 지하 100m 구조물을 파괴할 수 있다”, “1000대 이상의 K-9 자주포가 한곳을 향해 포탄을 동시에 발사하는 충격이다” 등이다. 반면 “화강암 아래 다중 갱도로 구축된 북한의 핵심 지하 벙커에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무-5의 폭장량(무장중량)은 TNT 기준 4t 수준으로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15킬로톤(kt))과 비교하면 폭발력이 미미하다” 등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전문가들은 핵무기의 경우 순간적 폭발 이후 발생하는 열복사, 충격파, 방사능 낙진 등 추가 피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현무-5가 괴물미사일이라고 하더라도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라고 지적한다. 또 ‘현무-5를 여러 발 사용하면 전술핵무기급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은 핵무기가 폭발할 때 피해를 주는 면적과 비교한 결과로, 폭발력 기준으로 봤을 때는 여러 발이라 하더라도 전술핵과 비교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현무-5의 타격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최선의 방책은 실제로 발사해 성능을 검증하는 것이다. 즉 시험 발사를 통해 전투 성능과 위력의 정도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현무-5의 시험 발사를 할 장소가 없다는 점이다. 예상되는 파괴력이 워낙 큰 탓이다. 이 때문에 현무-5는 시험 발사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현무-5는 시험 발사를 건너뛰고 실전 배치가 될 예정이다.

현무-5의 위력에 대한 여러 논란에 대해 안 장관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 장관은 “고위력 미사일 15∼20기가 떨어지면 핵무기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게 미사일 전문가들의 판단”이라며 “핵무기 못지않게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것이 바로 현무-5”라고 설명했다. 그의 발언은 ADD(국방과학연구소) 등 군 미사일 관련 기관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현무--5의 위력을 외부에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장관이 밝힌 현무-5의 위력 정도면 평양 능라도 반경 6~8㎞의 지하시설은 쑥대밭이 된다. 능라도를 중심으로 반경 약 5㎞ 구역에는 김정은 집무실이 있는 조선노동당 1호 청사는 물론 김일성과 김정일 시신 보관소인 금수산태양궁전, 김일성 광장 등이 몰려 있다.
현무-5는 첨단 재래식 전력이지만 북한의 핵 위협 자체를 상쇄하기는 사실 어렵다. 그러나 유사시 왕조국가인 북한의 김정은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의 핵무력을 통한 전면전 도발을 억제하는 최선의 응징 수단이자 김정은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는 위협 수단이라는 얘기다.
‘괴물 가방’은 현무-5의 응징과 위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나온 아이디어다. 핵보유국의 국가원수가 핵무기 사용을 지시하는 시스템인 ‘핵 가방’과 비슷한 개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핵 가방’처럼 현무-5의 발사를 지시할 수 있는 ‘괴물 가방’의 존재를 외부에 노출해 북한 김정은에게 경고를 하는 효과와 함께 국민을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현무-5 발사는 미사일 사령부나 합참 수준의 군 당국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국가급 차원에서 군 통수권자만이 결정할 수 있는 무력 수단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이를 놓고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은 토의를 했으나, 자칫 ‘핵 가방’과 견줘 외부에 우스운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실행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괴물 가방’이 주는 전략적 메시지를 감안할 때 이재명 정부에서 이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핵 위협을 하는 북한에 현무-5를 사용할 수 있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무기체계임을 인식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2년 연속 국군의 날 기념식에 등장한 현무-5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를 통해 ‘탄두 중량이 8t에 달해 전술핵무기급이나 다름없다는 황당한 궤변으로 분식된 흉물’이라면서, 현무-5를 실은 이동식 발사 차량을 ‘기형 달구지’라고 조롱했다. 그러나 이는 유사시 북한 수뇌부를 제거할 수 있는 현무-5의 ‘응징적 억제력’을 의식한 예민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안 장관이 언급한 차세대 미사일 체계로는 탄두 위력과 사거리를 강화한 현무-6 탄도미사일이 거론된다. 또 현무-5의 단일 탄두를 다중 목표 타격이 가능한 다탄두로 변형시키거나 EMP(전자기펄스)탄을 장착하는 방식의 미사일 개발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성진 ‘안보22’ 대표·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anbo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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