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주택 가격, 물가, 모기지 영향
신규 단독주택 사이즈 갈수록 줄어
최근 몇 년간 미국 신규 주택 크기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넓고 큰 주택은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긴 하지만 초근 몇 년 간 시장에서 거래되는 리스팅들은 중소형 주택들이 인기다. 연방센서스국에 따르면 올 2분기 동안 건설 중인 단독 주택의 평균 면적은 2375스퀘어피트로 이는 2023년 2분기의 평균 2455스퀘어피트와 2022년 2분기의 2535스퀘어피트 비해 줄어든 규모다. 이처럼 주택 크기가 줄어들고 있는 원인은 높은 집값, 가족 구성원 및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에 기인한다. 최근 갈수록 작아지고 있는 주택 사이즈 현황 및 전망에 대해 알아봤다.
▶원인
주택 크기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높은 집값 때문. 지난 7월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기존 주택 중간 판매가는 42만2600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40만5600달러보다 4.2% 상승한 수치다. 또 8월 기존 주택 중간 판매가는 전년동기 대비 3.1% 상승해 41만6700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14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가격이 상승한 것. 이처럼 전반적인 물가 및 집값 인상 여파로 많은 바이어들이 집값이 저렴한 작은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 역시 갈수록 비용이 적게 드는 작은 규모의 주택을 건설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의 변화도 작은 집을 선호하는 요인 중 하나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가속화되고 있고 자녀들은 이미 독립했다 보니 더 이상 큰 집이 필요치 않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시니어들이 노후를 요양시설이 아닌 자택에서 보내기를 원하는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은퇴자협회(AARP) 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미국인의 77%가 노후를 자택에 보내기를 원한다고 답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관리가 큰 집보다 용이한 작은 집을 선호하는 것이다.
한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경제적인 이유로 작은 집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임대 생활에 지친 젊은 세대들의 내집 마련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들은 집값이 싸고 관리가 편리한 소형 주택 구매를 원한다"고 전했다.
▶현황
이처럼 선호하는 주택 크기는 줄었지만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생활하는 데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작은 집에서 실용성과 편리함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래서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마트홈 시스템이 젊은 홈오너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경제적인 요인과 상관없이 보다 효율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작은 집을 선호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보다 일상을 단순화하기 위해 세대 불문 작은 집에 살기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은 주택 관리보다 휴식 및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작은 집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장단점
작은 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경제성에 있다. 규모가 작은 집은 집값부터 재산세, 보험료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큰 집에 비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지비 및 냉난방 비용도 덜 든다. 그러다 보니 생업으로 바쁜 홈오너들은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 외에도 보다 관리가 손쉬운 작은 집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단점도 존재한다. 작은 집의 가장 큰 단점은 제한된 공간이다. 그래서 최근 기능성 혹은 다목적 가구가 젊은 홈오너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테리어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 사이즈가 작아지면서 모듈형 혹은 다목적 가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또 집을 설계할 때도 벽 공간을 붙박이장으로 이용거나 식탁을 작업용 테이블로도 쓸 수 있게 하는 등 효율적인 설계와 인테리어가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작은 사이즈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넓은 공간에 대한 수요는 존재한다. 다만 홈오피스가 있는 넓은 집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중소형 주택에 대한 관심과 구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망
최근 한 건축 업체 조사에 따르면 신규 주택 규모는 앞으로도 계속 작아질 전망이다.
존번스리서치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건축된 주택의 43%가 1년 전보다 더 작은 사이즈로 지어졌다. 또 이번 설문에 참가한 건축업체들은 지난해보다 더 작은 사이즈의 주택을 계획할 가능성이 전년 보다 4배나 더 높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존번스리서치 측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이미 설계한 프로젝트의 27%에 대해 이미 크기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최근 높은 집값으로 구매력이 예전 같지 않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건축업체들의 가장 현실적인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또 집값과 별개로 미니멀리즘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작은 집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주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