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예결소위에선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 감면 확대 정책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쏟아졌다. 금융위원회 실무자들이 원론적 답변을 맴돌며 우물쭈물하자 더불어민주당의 5선 중진 이인영 의원이 손을 들었다. 이 의원은 의정생활 16년 만에 정무위를 처음 경험하는 늦깎이 신입생이다.

“연말에 있었던 특수한 정치 상황(12·3 비상계엄 사태)이 서민경제, 특히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 대해 미쳤던 그 영향을 적게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최근에 트럼프 정권의 관세 충격이 직접적으로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그것이 약자한테 먼저 전가되는 상황들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성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도 있어요.”
일부 야당 의원들이 이 의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가 지난해 11월까지 올해 예산을 만들 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그런 측면들에서 꽤 달라진 것이다, 이런 점에 대해서 어떻게 달라졌고 그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추경 과정에서 반영하고 보완하고 수정하는 게 불가피하다, 이렇게 (금융위가) 대답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내는 등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의 대표 주자인 이 의원은 그간 주로 외통위 등에서 활동하며 진보적 의제와 통일 문제에 천착해 왔다.
2011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종주하며 영감을 얻어 2017년 8월부터 매년 여름 개최하는 ‘통일걷기’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한여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과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사이 민통선 약 380㎞ 구간을 12박 13일간 종주하는 극한의 일정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원내대표(2019년 5월~2020년 5월)와 통일부 장관(2020년 7월~2022년 5월)을 역임하면서도 통일걷기는 빼먹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22대 국회 들어 돌연 경제를 파고 있다. 그의 정무위행은 민주당에서 잔잔한 화제였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등 실물 경제와 금융 관련 기관은 물론 국무총리실·국가보훈부·국민권익위원회 등 이질적인 소관 부처가 많은 데다 주목도가 낮아 의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지 않은 상임위이라서다. 대개 4선 이상 중진은 다년간 전문성을 쌓은 상임위나 현안이 많지 않은 국방위·외교통일위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 의원은 지난해 경제전문방송 작가를 보좌진으로 새롭게 채용하고, 보좌진은 물론 국회예산정책처·국회입법조사처·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금융연구원(KIF)의 전문가들과 의원실에 둘러앉아 수시로 경제 스터디를 한다. 지난 6월부터는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거의 매일 ‘이인영의 경제돋보기’라는 콘텐트를 연재하는 등 경제 전문가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민생부터 금융까지, 오늘도 이인영이 챙깁니다’라는 부제 아래 경제 분야 헤드라인을 3개 뽑고, 어제와 오늘의 증시 현황도 빼곡하게 적어 넣은 일종의 ‘카드뉴스’다.
이인영 의원실 관계자는 “‘경제돋보기’는 이 의원이 정무위에서 다루는 현안들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풀어내는 창구”라며 “단순한 현상 설명을 넘어,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경제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고 정책 개선의 대안을 공유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경제 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자영업자 등 서민 부채에 문제의식을 가지면서부터라고 한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 당시 다른 나라는 국가가 돈을 투입해 위기를 넘겼지만 한국은 국민에게 빚을 지게 했고, 그 결과 소상공인이 빚더미에 올라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으니 이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의원실 바깥에선 이 의원의 ‘열공 모드’를 두고 향후 행보를 전망하기도 한다. “내년 6월 지방선거나 내년 8월에 있을 전국당원대회 출마를 위한 몸풀기 아니겠느냐”(수도권 중진 의원)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그동안 운동권·진보·통일 의제에 갇혀 있었다면 이제는 경제 등 타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지평과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