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TV 수신료를 다시 전기요금과 통합해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전력 등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받은 업체는 수신료를 전기요금 등과 통합해 징수할 수 있게 됐다. KBS가 재정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BS는 1994년부터 한국전력을 통해 ‘TV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을 대상으로 월 2500원의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합산해 징수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분리징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7월10일 수신료 분리징수 고지서가 시청자들에게 도착했고 8월부터 분리징수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KBS 수신료 분리징수는 지난해 초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정부가 KBS의 재정 안정성을 흔들고 정부의 입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공영방송 장악’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KBS 수입의 45%가 수신료에서 나온다.
분리징수 시행 이후 KBS는 재정적 타격을 받았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KBS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분리징수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지난 7월 수신료 수입은 558억9000만원이었고 수납률은 97.8%였지만, 분리징수가 본격 시행된 8월 수입은 약 65억원 줄어든 494억2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징수율도 85.6%로 하락했다.
지난 1월 KBS 이사회는 수신료 분리징수로 올해 1431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며, 수신료 수입이 전년도 7020억원보다 37.2% 감소한 4407억원으로 예측된다는 내용의 예산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박민 전 사장은 분리징수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지난 10일 임기를 시작한 박장범 현 사장은 취임사에서 “새로운 수신료 환경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면서 국회에서 진행 중인 수신료 관련 입법 논의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며 적극적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이 얼마 되지 않았고 헌법재판소에서도 분리징수 합헌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는 “(법안 통과는)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염원하는 국민들과 KBS구성원의 뜻이 반영된 결과로, 국회의 대승적 결단에 무한한 환영과 찬사를 보낸다”며 “(박 사장은) 정권 눈치보기를 그만두고, 사측이 나서서 통합징수에 대한 분명하고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라”고 했다.
KBS는 “수신료 통합징수에 대한 국회의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존중하며, 행정부와도 새 입법 사항에 대해 적극 협의하겠다”며 “이번 방송법 개정안을 재원 안정화와 경영 개선의 계기로 삼아 공영방송으로서 공적 책무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공영성을 강화하고, 수신료를 내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항상 경청하겠다”고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수신료 통합징수법은 공포 6개월 후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