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되는 법이다. 가정의 근간은 단연 부부다. 부부가 행복해야 가정도 행복하다. 그러나 2024년 한국 사회에서 ‘부부’는 ‘행복’의 상징이 아니다. 결혼보다 이혼이, 사랑보다 불륜이 주목받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혼한 부부(9만3000쌍)는 같은 해 결혼한 부부(19만2000쌍)의 48%에 달한다. 하지만 이혼하려고 결혼하는 부부는 없다. 누구나 사랑해서, 행복하려고 부부가 된다. 결혼의 끝이 이혼이 아닌 행복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가 행복한 부부의 비밀을 파헤친다.
행복한 부부도 싸웠다. 하지만 절대 넘지 않는 선이 있었다.
hello! Parents가 만난 ‘행복한 부부’ 여섯 쌍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나이·학력·직업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갈등에 대처하는 방식은 서로 닮아 있었다. 그 덕에 싸움은 커지지 않았고, 감정이 다치는 일도 거의 없었다. 대체 이들 부부가 싸우는 방식은 뭐가 달랐을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섯 쌍의 부부는 ‘로크-월러스 결혼 적응 검사’에 응했다. 결혼 만족도를 보여주는 검사로, 여섯 쌍의 부부는 평균 131.7점(158점 만점)을 받았다. 일반적인 부부는 100점가량 나오는 게 보통이고, 이혼 위기의 부부는 20~30점(100점 환산 시 12.7~19점) 정도가 나온다.
36년간 부부 3000쌍의 일상을 비디오에 담아 이들이 대화하고 다투는 과정을 분석한 심리학자가 있다. 존 가트맨 워싱턴주립대 명예교수다. 그는 행복하게 사는 부부와 헤어지는 부부가 무엇이 다른지 찾아냈는데, 그건 바로 ‘싸움의 방식’이었다. 모든 부부가 싸웠지만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헤어지는 부부는 서로를 비난하거나 경멸하고, 상대의 말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며 반격하고, 상황을 회피해버렸다. 반면에 행복한 부부는 상대를 바라보고, 대꾸하며, 자주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게도 싸움의 방식을 통해 이혼 여부를 예측한 결과는 실제와 96%나 일치했다. 결국 ‘말’이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를 결정하는 셈이었다. 가트맨 교수가 자신의 저서 『부부 감정 치유』에서 관계를 회복하는 솔루션으로 대화법을 제시한 건 그래서다.
가트맨 교수의 주장은 여섯 쌍의 부부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부부도 싸웠다. 하지만 다투는 순간에도 상대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