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를 위해 정부로부터 5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 받는다. 메리츠화재는 이 자금에 추가로 5000억 원을 들여 MG손보를 정상화 시킬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화재의 지급여력(K-ICS) 비율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딜은 계약 자산과 부채만 이전하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이라 인력 문제가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보험·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G손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메리츠화재는 예금보험공사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보험 부채 규모는 약 3조8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실제 인수할 수준(보험계약 및 자산 규모)은 정밀 실사와 협상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자산 기준 업계 12위인 MG손보는 지난 6월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다. K-ICS 비율은 44.4%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에 크게 모자란다. K-ICS 비율을 150% 이상으로 높여 회사를 정상화 시키는 데 약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메리츠화재는 7000억~8000억 원 수준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5000억 원으로 낮추면서 우협 지위를 획득했다.
시장에서는 건실한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하는 게 적합하다고 평가한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1조 492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메리츠화재의 3분기 잠정 K-ICS 비율은 256.0%인데 인수 후에도 상징적인 수준인 200%는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정상화를 위한 추가 자금부담과 자산부채 이전 과정에서 순자산 변동 가능성은 K-ICS 비율 하방위험”이라며 "인수 확정 시 자본적정성 비율의 소폭 하락이 예상되지만 그 수준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인수를 통해 중장기적인 보험이익창출력 강화를 꾀할 수 있다. MG손보는 지난 2020년 이후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나, 매년 1조 원 이상의 원수보험료와 3조8000억 원 규모의 보험계약부채를 확보하고 있다. 또 메리츠화재는 인수 후 보험계약마진(CSM)이 6000억 원가량 늘어나는 효과도 나타난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138040) 부회장은 앞서 “단순한 외형 확대에는 관심이 없고 주당 이익 증가가 중요하다"며 “주주 이익에 부합할 경우에 한해 완주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변수는 MG손보 노조이다. P&A 방식에 따라 고용승계 의무가 없어 노조는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메리츠화재와 예보도 이런 점을 고려해 어느 정도의 인력을 데려갈 지에 대해 계약 체결을 전후로 논의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혹여 이번 딜이 깨지면 MG손보는 청산 절차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 지난 2022년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후 3번의 공개 매각에서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청산이 되면 MG손보와 진행한 고객 계약은 종료되고, 예금보험한도인 5000만원 내에서만 보험금을 돌려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실패하면 청산 검토가 불가피하고 선량한 보험 계약자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