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병이라면 K콘텐츠는 멈춘다”... 민주당 게임특위, 질병코드화 반대 토론회

2025-04-28

과학적 근거가 미약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은 이용자 낙인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게임 규제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비롯해 창작자 위축과 K콘텐츠 및 e스포츠 생태계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와 강유정·조승래 의원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게임이용장애 도입, 왜 반대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국제질병표준분류(ICD-11)에 등재한 이후 국내 도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비판적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표자로는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게임특위 부위원장), 백주선 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 김동은 메제웍스 대표, 이민석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연구교수, 남윤승 OGN 대표가 참석해 각각 다양한 시각에서 게임이용장애 도입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이장주 소장은 기조 발표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국내 도입은 게임 이용자 전체를 잠재적 환자로 보는 사회적 낙인을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WHO 등재 이후 실제로 이를 자국 보건정책에 반영한 국가는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주선 변호사는 법적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할 경우, 국가가 게임 이용 행위 자체를 통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병역 관련 불이익이나 취업 시 차별 가능성, 민간보험 가입 및 보험금 청구 불이익, 자녀 양육권 분쟁이나 교직 임용 제약, 학생비자 발급 과정에서 문제 소지 등 권익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콘텐츠 업계의 입장도 제시됐다. 김동은 메제웍스 대표는 “게임을 병리적으로 취급하면 창작자 위축은 불가피하다”며 “K콘텐츠 전성기에도 불구하고 게임 산업만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게임이용장애 도입은 개발자들이 새로운 시도 자체를 주저하게 만들고 산업에 '빙하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e스포츠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지적됐다. 이민석 연세대 연구교수는 “게임이용장애라는 질병 프레임이 확산되면 유망 선수 발굴부터 리그 운영까지 전반적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이스포츠가 국제 스포츠로 인정받는 흐름과 역행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남윤승 OGN 대표는 미디어 창작 생태계의 위험성을 짚었다. 남 대표는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창작 활동이 질병 프레임 확산으로 위축될 수 있다”며 “이는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라 문화 다양성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위는 향후 게임이용장애 도입 논의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를 수렴하고 게임을 단순 중독물질로 취급하는 시도를 경계하는 입장을 공식화할 방침이다.

게임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실한 인과관계 검증 없이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할 경우, 문화와 산업 전반에 되돌리기 힘든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오늘 토론 결과를 반영해 향후 정책과 공약 과정에 신중히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희두 공동위원장도 “게임이용장애 문제는 오랫동안 공회전을 반복해왔다”며 “이번 토론과 이후 연구를 통해 게임특위가 실질적인 매듭을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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