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이 전력 식민지냐”···용인 반도체 단지·송전선 재검토 요구한 시민들

2025-10-15

‘수도권 중심 전력정책 유지’ 지적

“재생에너지 잠재력 풍부한 호남으로 옮겨야”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에 이어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국가기간전력망 건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환경·주민단체들의 요구가 나왔다. 단체들은 전력 생산이 없는 수도권에 대규모 반도체 단지를 짓기 위해 비수도권의 전력을 끌어쓰는 것은 균형발전이 아닌 전력 식민지화라는 것이다.

15일 오전 전국 40여 개 환경·시민단체와 주민대책위원회, 지방의회 관계자들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산업단지·송전망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며 “70개 노선, 총 3800㎞ 규모의 34만5000V(345㎸) 초고압 송전선과 29개 변전소를 건설해 전국에서 생산한 전력을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으로 집중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가 ‘5극 3특’ 구상을 내세워 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수도권 중심의 전력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체들은 “전력 생산이 없는 수도권에 대규모 반도체 단지를 지을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풍부한 호남 지역으로 산업 입지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전기와 물이 부족한 지역에 원전 10기 분량의 전력이 필요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으로 2023년 3월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사업이다.

당시 SK가 추진하던 일반산업단지조차 전력과 용수 확보 방안이 불투명했다. 이후 정부는 LNG 발전소 6기(3GW)와 비수도권을 연결하는 초고압송전선(7GW) 건설로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탄소중립 정책과 환경영향평가 절차는 사실상 배제됐다.

한국전력은 현재 전남·전북·충남·충북·강원 등 비수도권 지역에서 송전선 건설을 추진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6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했고 같은 해 12월 용인 국가산단 계획을 승인했다. 이어 지난 10월 1일 국무총리 주재 국가전력망위원회는 전국 99개 송전선과 변전소를 국가전력망 사업으로 지정했는데 상당수가 용인 단지와 직결된 노선이다.

주민과 전문가들은 이 사업이 비수도권을 ‘전력 식민지’로 만들고 수도권 중심의 산업과 인구 집중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장거리 송전으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송전망 사고 시 광역 정전 위험도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송전탑 주변 주민들은 건강 피해, 경관 훼손, 재산 가치 하락 등 실질적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만이 크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국가산단 입지를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큰 호남 등으로 이전하고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도입해 대규모 전력 수요 시설을 분산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를 통해 수도권 일극 체제와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RE100(재생에너지 100%)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현 송전탑건설백지화 전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이것이야말로 수도권 일극 집중을 해소하고 전력 수요를 분산시켜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의 위험을 줄이는 길”이라며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용인 단지와 송전선 건설 즉각 중단과 입지 재검토, 지방 RE100 기반 산업 재배치, 한국전력 개혁과 주민 수용성 확보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송전망 갈등을 줄이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민주적 공론장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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