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 전국 257곳서 달집태우기
미신고 행사 포함하면 300건 넘어
기후 위기, 시대 탄소 배출 논란↑
전통 이으며 친환경 축제로 만들어야
![](https://cdnimage.dailian.co.kr/news/202502/news_1739341033_1461021_m_1.jpeg)
12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전국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에서 달집태우기 준비가 한창이다. 새해를 맞아 부정과 사악함을 태워 없애는 전통 가운데 하나인데, 기후 위기 시대 대기 오염을 유발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소방청에 따르면 12일 오후 2시 현재 전국 226개 지자체에서 신고한 달집태우기 행사는 257건이다. 일부 사찰이나 작은 마을 단위의 신고하지 않은 행사까지 합산하면 실제 달집태우기는 300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보면 달집태우기는 정월 대보름날 밤 달이 떠오를 때 생솔가지 등을 쌓아 올린 무더기에 불을 질러 태우며 노는 세시풍속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대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고 불은 모든 부정과 사악을 살라버리는 정화의 상징이다. 부족함이 없는 넉넉한 새해, 질병도 근심도 없는 밝은 새해를 맞는다는 사람들의 꿈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 달집태우기다. 달집이 탈 때 고루 한꺼번에 잘 타오르면 풍년, 불이 도중에 꺼지면 흉년이 든다고 판단하는 곳도 있다.
문제는 기후 위기가 심화하는 시대에 앞으로도 계속 장려할 만한 전통인지는 생각해 볼 대목이다.
달집을 태우면 다량의 탄소와 미세먼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메탄가스와 같은 독성 물질도 나온다. 달집에 불이 잘 붙도록 기름을 뿌리기도 하는데 이 역시 대기 오염을 부르는 원인이다.
달집 불쏘시개로 사용되는 물질도 문제다. 검불이나 비닐, 심지어 온갖 쓰레기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주민들이 소원을 빌며 속옷이나 손발톱과 같은 것들을 태우는 곳도 있다.
안전사고 문제는 더 심각하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월대보름 특별경계 근무 기간 발생한 화재는 총 1146건이다. 사망 11명, 부상 74명의 인명피해와 366억원의 재산 손실이 발생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사이 정월대보름에 발생한 산불은 69건에 이른다.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430여ha에 달한다.
2009년 2월 9일 경남 화왕산 정상 부근에서는 2만여 명이 참가한 정월대보름 억새 태우기 행사에서 돌풍으로 불이 번지면서 7명이 사망하고, 81명이 부상하는 참사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전통을 이어가면서 환경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LED나 드론과 같은 현대 기술을 활용해 탄소 배출을 낮추는 방식으로 달집태우기를 재현하자는 것이다.
실제 부산 남구청은 2023년 LED(발광 다이오드) 달집을 선보였다. 당시 남구청은 “주민 안전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세계적인 환경문제로 대두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적이고 색다른 대형 LED 달집을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평택시 또한 지난해 정월대보름 때 LED 달집태우기로 전통 방식을 대신한 바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국은 새해가 되면 엄청난 규모의 폭죽을 터뜨리면서 새해를 맞는 데 우리는 지역에서 소규모로 달집을 태우는 정도”라며 “무엇보다 이런 우리 고유 전통까지 미세먼지 등을 이유로 제한하기엔 고민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다만 장기 과제로 친환경적인 달집태우기 방식을 찾아보자는 제안은 충분히 고려해 볼만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