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모비스는 의왕연구소에서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있나?

2024-10-03

[FETV=양대규 기자] ‘차세대 전동화 기술 개발을 위한 혁신 거점’으로 불리는 현대모비스 의왕연구소 전동화 연구동은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2일 현대모비스는 기자들을 초대해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과 그 산실인 의왕연구소 전동화 연구동을 공개했다.

연구소는 입구를 들어서면 마치 대형 호텔을 연상시키는 로비가 보인다. 연구 협업과 업무 미팅, 휴식 등을 위한 공간들이 상호 연결됐다. 이날은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R&D 테크데이 행사를 위한 부스들이 대거 설치돼 있었다.

현대모비스의 설명에 따르면 전동화 연구동은 지하 4층~지상 5층 규모로 연구동과 부속동을 포함해 전체 2만1600평 규모를 자랑한다. 연구 개발과 함께 시험 및 성능 평가, 품질분석 등 전동화 핵심 부품 개발을 위한 종합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시스템(BSA)의 개발과 평가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기능 안전 시험 ▲전동화 부품 전자파 시험 등 다양한 R&D 활동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전동화 핵심 부품 설계부터 개발, 양산 품질 확보까지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곳이다.

전동화 기술 분야는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돼 이 곳 연구동은 보안이 까다롭고, 평소에는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이에 이날 초대한 기자들은 스마트폰의 전후방 카메라 렌즈를 '시큐리티 실(Security Seal)'로 가린채 연구동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 3대 전동화 부품 R&D 전략 발표

투어에 앞서 이영국 현대모비스 전동화엔지니어링실장 상무가 3대 전동화부품 R&D 전략을 발표했다.

이영국 상무는 "캐즘이라는 대외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곳 의왕연구소에서 수백여명의 연구진들이 차질 없는 연구개발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며 "현대모비스의 전동화부품 경쟁력은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업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은 상태로, 이번 R&D 테크데이에도 유럽을 포함한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들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3대 전동화 부품 개발 전략의 한 축인 구동시스템은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를 통합한 ‘3 in 1 구동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시스템을 소형화하고, 고효율의 전자기 설계와 오일냉각, 전력모듈 기술이 핵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목적기반차량(PBV)이나 미래항공모빌리티(AAM)에 특화된 구동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시스템은 열관리 안정화 기술을 중점 확보하고 있다. 열 전이를 지연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원천 방지하는 내열성ㆍ내화성을 갖춘 시스템 개발이 목표다. 현재의 배터리셀-모듈-팩 형태로 이어지는 시스템 구성 단계에서 모듈화를 건너 팩으로 직접 만드는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을 통해 에너지밀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셀이나 폐배터리를 활용한 선행기술도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전력변환시스템은 전기차 충전용 통신 제어장치로 불리는 EVCC(Electric Vehicle Communication Controller)를 통합한 차세대 ICCU(Integrated Charging Control Unit)를 중점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스마트홈 기능을 연결하는 궁극적인 전기차용 V2X(Vehicle to Everything)를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이 상무는 전동화 연구소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상무는 "의왕 전동화 연구동은 기존 경기도 용인 기술연구소와 의왕, 서산 등으로 분산돼 있던 전동화 분야 R&D 역량과 연구인력을 통합했다"며 "현대모비스는 구동시스템, 배터리시스템, 전력변환시스템 등 3대 전동화 핵심 부품을 무기로 글로벌 전동화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이 곳 연구동이 그 핵심 기지"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전동화 사업에서만 매출 12조 원을 넘었다. 올해는 전동화 캐즘(일시적 둔화 현상) 영향을 받고 있지만 전동화 분야가 미래 먹거리임이 확실한 만큼, 현대모비스는 선제적 투자와 차별화된 사업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완성차 업체, R&D 테크데이서 현대모비스 첨단 기술 확인"

발표 이후 현대모비스 관계자들의 안내에 따라 R&D 테크데이 전시 부스들을 관람했다. R&D 테크데이에는 총 65종의 전시품과 21개의 전장부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과 첨단 센서류, 주차지원 시스템,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커넥티비티를 아우르는 인포테인먼트 신기술이 주를 이뤘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CES와 같은 전시회에서는 아무래도 장소가 협소하다 보니 현대모비스의 첨단 기술을 다 소개할 수 없었다"며 "이번 R&D 테크데이를 통해 글로벌 OEM들과 관계자들에게 다양한 기술을 소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실제로 일본의 완성차업체들과 폭스바겐, 벤츠 등에서 주요 관계자들이 이번 행사에 방문에 현대모비스의 첨단 기술을 확인했다.

이영국 상무는 "올해 CES에도 벤츠, GM, 스텔란티스 등의 C레벨급 인사들이 현대모비스 부스를 방문한 바 있다"며 "현대모비스 제품이 실제 자동차에 장착돼 어떤 기능을 하는 지에 대해 상당히 궁금해 했다"고 말했다.

R&D 테크데이에서는 현대모비스의 다양한 선행 기술을 볼 수 있었다.

먼저 '엠브레인(M.Brain)' 뇌파 신호 기반 운전자 부주의 케어 시스템이 눈에 띄었다. 이는 뇌파를 감지해 운전자 부주의 정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주의력이 떨어지면 시각·촉각·청각경고를 제공한다. 뇌파는 핸즈프리 이어폰과 비슷하게 같은 장치를 귀에 꽂는 형식으로 측정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기존의 카메라 방식과 차별화된 기술"이라며 "개인의 뇌파를 직접 분석해 습득한 운전자의 데이터를 통해 졸음이나 주의력 분산 등과 같은 상황에 경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화된 데이터는 단순히 모빌리티의 영역뿐만 아니라 일반 생활의 영역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활용하는 등의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술은 자동차 분야 최초 뇌파 측정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이는 특히 버스나 상용차 등 차량 운전자의 졸음 및 부주의 운전으로 발생하는 대형사고 예방에 효과가 기대된다.

이어 여러 사람이 동시에 3D를 볼 수 있는 '몰입형 3D 디스플레이'였다. 기존 3D 디스플레이는 안구의 위치를 파악해 좌우 다른 이미지를 출력하는 방식으로 단일 사용자에게 작동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밖에 없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로는 한계가 있다.

이번에 공개된 멀티뷰 기능을 적용한 모비스의 차량용 3D 디스플레이는 빛의 특성을 변화시켜 여러 사용자에 다른 이미지를 출력하는 방식으로, 다수 사용자가 동시 사용 가능하고 디스플레이 적용에도 제한이 없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외부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거의 패널만 납품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모듈이나 구동 기술은 현대모비스 연구소에서 직접 개발해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이번 행사에서 ▲충전 효율을 좌우하는 전력밀도를 높이고, 자체 개발한 3병렬 전력회로를 채택해 차량내 V2L(차량 전력 전자제품 이용) 활용도를 극대화해 주는 현대모비스의 '22kW 양방향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각 가능의 독립 구동 및 90도 이상 조향이 가능해 크랩주행, 제로턴, 피봇턴 등 차별화된 미래 모빌리티 무빙을 가능하게 해주는 내부에 구동모터를 장착한 차세대 구동 시스템 인휠 모터와 조향/제동/서스펜션 기능을 통합한 e-코너 시스템 등을 관람할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의 초대로 방문한 의왕연구소 전동화 연구동은 유능한 인재들이 창의적인 공간에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크리에이티브랩, 캐쥬얼랩, 중정 회의실 등 다양한 혁신 공간을 갖추고 있었다. 직원들이 쉼과 힐링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한의원과 약국, 카페, 편의점 등 편의 시설은 물론 피트니스센터와 게임룸, 도서관 등 다양한 복지 시설도 들어서 있다.

이 곳 연구동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650명 수준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의왕 전동화 연구동은 1000명 가까운 인원이 근무할 수 있다”며 “글로벌 고객사 수주와 차세대 전동화 기술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인재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전동화 분야 중추 기지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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