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롯데 감독이 칼을 빼들었다.
롯데는 경기가 없는 월요일인 지난 7일 엔트리에 변화를 줬다. 투수 박준우와 내야수 강성우, 그리고 외야수 윤동희가 2군으로 내려갔다.
롯데는 직전 경기인 6일 사직 두산전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7회까지 12-7로 앞서 있다가 경기 후반 대량 실점하면서 12-15로 패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한 엔트리 변화가 있을 법 했다. 하지만 타선의 주축인 윤동희의 2군행은 의외의 선택이었다.
윤동희는 나승엽, 고승민, 황승빈 등 젊은 타자들로 구성된 ‘윤나고황’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시즌 윤동희를 단 한 번도 2군으로 내려보내지 않았다. 나승엽, 고승민 등은 부진에 빠지면 가차없이 1군에서 제외했지만 윤동희만큼은 1군에 남겼다.
덕분에 윤동희는 한 시즌을 완주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141경기 타율 0.293 14홈런 85타점 등을 기록했다. 2024년 연봉 9000만원에서 올해 연봉은 2억원으로 껑충 올랐다. 김 감독이 꾸준히 기회를 준 결과다. 윤동희는 “감독님이 추구하는 야구를 알 것 같다”고 했다.
윤동희는 이번 시즌 공수에서 중심을 잡아줘야할 선수였다. 타선에서는 중심 타순에 배치됐고 가장 중요한 우익수 수비를 맡겼다. 지난 시즌 우익수에서 처리하지 못한 타구들이 실점으로 연결되곤 했기에 가장 경험이 많은 윤동희가 중책을 맡은 것이다.
하지만 공수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개막 후 타격감이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더니 13경기 39타수 7안타 타율 0.179로 1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에서까지만해도 반등의 조짐이 보였다. 2회초 한화 문동주를 상대로 홈런을 쳐 대전 신구장의 8m 높이의 우측 담장, 이른바 ‘몬스터월’을 넘겼다. 그러나 이후 경기에서 장타 행진을 이어가지 못했다. 2일 한화전부터 5일 두산전까지 4경기에서 안타는 계속 생산했지만 타점을 올린 건 단 한 번 뿐이었다. 6일 두산전에서는 5회부터 교체되기까지 했다.

아쉬운 부분은 공격 뿐만이 아니었다. 수비에서도 자신의 강점을 살리지 못했다. 타구 판단 등에서 수비의 정교함이 사라졌다.
결국 김태형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빠른 결정을 내렸다.
선수단 전체에게 주는 메시지도 있다. 롯데의 팀 타율은 7일 현재 0.241로 10개 구단 중 8위에 처져있다. 득점권 타율 역시 0.207로 하위권을 맴돈다.
최근 김 감독은 2군에서 김민성을 올리고 주장 전준우와 고참급 정훈을 경기에서 적극 활용하는 등 베테랑에게 많은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맡기기에는 경험 부족의 차이를 느꼈기 때문이다.
윤동희는 2022년 프로에 데뷔해 1군에서 4번째 시즌을 치르는 선수다. 이제 갓 주전으로 자리 잡은 선수에게 계속 기대를 걸 수 없다. 엔트리 조정을 통해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대신 8일 사직 KIA전을 앞두고 부상으로 빠져있던 황성빈, 고승민이 1군에 합류했다. 윤동희의 2군행이 다시 1군에 올라온 선수들은 물론 선수단 전체에 적지 않은 자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