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한국에 공급하기로 하자 정부는 인공지능(AI) 칩 가뭄에 단비라며 반색했다. 엔비디아와 정부의 발표가 있던 그 시간, 경기도 판교의 한 AI 반도체 스타트업 사무실은 무거운 한숨 소리만 가득했다. 스타트업 대표는 “수백억 원을 투입해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했는데 이제 누가 우리 칩을 쓰겠느냐”고 되물었다. 축포가 터진 반대편 한국 땅에서는 곡소리가 터진 걸 대통령실은 알까.
팹리스 업계는 엔비디아 GPU의 대량 도입이 국내 AI 반도체 시장에 ‘사망 선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5만 장도 안 되는 GPU로 버티던 시장에 26만 장(약 10조 원)의 엔비디아 물량이 쏟아지면 이제 막 싹을 틔우던 토종 NPU 업체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AI 모델을 만드는 학습 단계를 엔비디아 GPU가 장악하면 추론 분야 AI까지 엔비디아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팹리스 대표는 “엔비디아의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쿠다(CUDA)’의 벽도 버거운데 정부가 나서 하드웨어까지 ‘엔비디아 천하’로 도배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AI 시장의 무게 중심이 거대 AI 데이터센터에서 스마트폰·가전 등으로 옮겨가는 ‘온디바이스 AI’ 시대의 초입이라는 점도 정부는 간과하고 있다. 온디바이스 AI의 핵심은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거대 GPU가 아니라 저전력·고효율에 특화된 맞춤형 NPU다. 팹리스 업계는 물론 주요 국내 기업들이 K온디바이스 AI 칩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자고 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가 앞장서 엔비디아 GPU에 ‘올인’하는 모습은 국내 팹리스들의 성장 사다리를 걷어찬 격이다.
이번 GPU 공급으로 엔비디아는 미국 빅테크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 대기업이라는 확실한 고객을 잡았다. 반면 엔비디아가 국내 기업들과 추진하려던 30억 달러 투자는 뒷전으로 밀리는 형국이다. 눈앞의 GPU 26만 장에 취해 ‘AI 칩’ 주권이라는 더 큰 가치를 헐값에 넘긴 건 아닌지, 황 CEO의 선물 보따리를 냉철하게 다시 열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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