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반도체 업체 NXP세미컨덕터는 필립스로부터 분사한 지 10년째인 2016년 저부가가치의 ‘범용 반도체’ 제조 사업부를 매각했다. 인수자는 중국 국영 투자 기업인 JIC캐피털 산하의 자산운용사 등이었다. 27억 5000만 달러에 반도체사업부를 사들인 중국 펀드들은 이듬해 ‘넥스페리아’라는 이름의 회사로 탈바꿈시켜 2019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윙테크테크놀로지에 36억 달러를 받고 팔았다. 이 과정은 관치 금융 자금으로 외국 기술 기업을 사들인 뒤 자국 기업으로 넘기는 중국 정부 주도의 전형적 기술 사냥 수법이었다.
넥스페리아가 주로 생산하는 범용 반도체는 트랜지스터 등 단일 전자소자로 구성돼 한 가지 기능만 수행하는 구형 칩(일명 ‘디스크리트 칩’)이다. 그 기술적 난도와 수익성은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칩에 집어넣은 최신 집적회로(IC) 칩보다 매우 낮다. 그럼에도 중국이 넥스페리아를 사들인 까닭은 전자·자동차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소재·부품·완제품’의 수직적 생태계 자립화를 이루기 위해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인 중국은 차량용 반도체 자급률을 2027년까지 10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넥스페리아의 범용 반도체는 자동차 전장 부품의 필수 요소다.
넥스페리아는 차량용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선두를 달리며 자동차 업계의 급소를 쥐었다. 위기감을 느낀 미국 정부는 지난해 국가 안보를 내세워 넥스페리아를 무역 통제 대상 명단에 올렸다. 네덜란드 정부도 안보 위협을 이유로 올해 9월 자국에 주소를 둔 넥스페리아 본사에 대한 윙테크의 경영권을 박탈했다. 그러자 중국 상무부가 넥스페리아 중국 공장 생산품에 대한 해외 수출을 막았다. 자칫 세계적 자동차 생산 차질로 번질 상황에서 상무부는 최근 민간용에 대한 수출통제를 면제했다고 로이터가 9일 전했다. 우리도 넥스페리아와 자동차 반도체를 둘러싼 중국과 서방의 충돌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면 저부가가치 업종이라도 국내 산업을 특별히 보호하고 해외 공급망도 적극 개척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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