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출간된 소설가 김숨(51)의 연작소설 『무지개 눈』은 시각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이다. 김숨 작가가 직접 다섯 명의 시각장애인을 만나 인터뷰한 뒤 그들의 이야기를 단편 소설 다섯 편으로 묶었다. 이들 중에는 선천성 전맹인도 있지만 저시력에서 후천성 전맹이 된 시각장애인, 선천성 저시력 시각장애인, 전맹과 지체 장애를 가진 중복장애인도 있다. '시각장애인'이라는 카테고리로 뭉뚱그려지는 이들은 다섯 개의 단편 속에서 고유한 목소리를 가진 화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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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을 지난 19일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 사람의 인생을 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았습니다. 인터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았나요.
여름에 시작한 인터뷰를 겨울에 끝낸 적도 있었고…그 후로도 한참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인터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친구를 사귄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메모한다거나 녹취를 하지 않고 머릿속에 어떤 질문을 던져야지 생각해두지도 않았어요.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이죠.(웃음)
꽤 가까운 사이가 됐을 것 같습니다.
한 분은 그사이 결혼을 하셔서 결혼식도 다녀왔고요. 함께 성당도 다니고, 밥도 먹고, 가족도 소개 받고…어떤 때는 하루에 대여섯 시간을 함께 있었거든요.
어떤 질문으로 시작했나요.
친구를 만날 때와 똑같았어요. 요즘 부쩍 바다가 가고 싶다거나….(웃음) 소설과 상관없는 신변잡기를 이야기하다 이야기가 산으로 가고, 그러다 어떤 날은 트라우마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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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은 시각장애인이 아니라는 점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똑같은 슬픔은 없다고 생각해요. 비슷해 보여도 결국엔 다르고, 고유한 것이 슬픔이거든요. 저시력자에서 전맹이 된 분이 있어요.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외롭겠어요. 그런데 이 아픔을 선천성 전맹 시각장애인은 이해할 수 없겠죠.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이것을 그려내는 작업이 의미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섯 편의 소설이 모두 각기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은 소설보다 시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희곡과 독백도 등장하죠.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형식이 저에게 왔어요. '오늘 밤 내 아이들은 새장을 찾아 떠날 거예요'는 전맹인 여성이 아이를 키우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는데요. 그 상황을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소설가의 묘사나 개입이 없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동안은 위안부 할머니, 오키나와 학살 희생자 등 굵직한 역사 속 피해자에 대한 소설을 주로 썼습니다.
어느 순간 제 가까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게도 새로운 작업이었죠. 그래서인지 이번 소설집을 내고 창문 하나를 더 갖게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방에 창문 하나가 더 생긴 것 같은….
과거에 '소설을 쓰는 행위가 인간에 대한 통찰로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죠. 이번 소설을 쓰면서 어떤 통찰을 얻었나요.
우리의 눈은 늘 밖을 향해 있잖아요. 세상의 수많은 자극을 받아들이게 되고요. 반대로 이분들의 눈은 안을 향해 있는 것 같아요. 눈이 없는 게 아니라, 안 보이는 게 아니라, 방향이 다른 거죠. 그 덕분에 저도 눈을 제 안으로 향하게 하는 순간들을 많이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