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한다. 건강하게 태어나 한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모든 인간의 삶 속에서 인간답게 태어나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가치를 지켜주는 이들은 바로 간호사다.
간호는 지난 백년의 역사 동안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발전됐다. 앞으로의 간호는 모든 사람의 행복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또 다른 백년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있다. 간호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다.
오는 6월이면 간호법이 시행된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역할을 명확히 하고, 간호 인력의 권리와 근무 환경 개선을 목표로 하는 법안이다. 그러나 법 시행을 앞두고도 간호사들이 처한 상황은 심각한 수준 넘어 붕괴 직전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 의료기관 중 간호사 정원 기준에 미달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정부의 행정 처분은 3% 남짓인 솜방망이 처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법을 위반해도 처벌받지 않기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6등급, 7등급 및 미신고된 병원도 59%에 달한다. 지금의 간호사 정원 기준은 미국, 일본 등 외국에 비해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 이상 환자 수가 많은 데도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0곳 중 6곳이 간호사 정원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과 일본은 1990년대부터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비율을 구체적으로 법제화하고 이를 반드시 준수하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명확히 몇 명의 간호사를 배치해야 하는 것인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마련된 간호사 배치 기준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하기에 시행을 다섯 달 남짓 앞둔 간호법의 하위 법령에 어떤 내용을 담아내는냐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간호법이라는 기둥이 세워졌으니, 시행령과 시행규칙이라는 벽을 쌓고 지붕을 올려 어떤 어려움에도 환자들을 지킬 수 있는 튼튼한 건물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간호법이 시행에 들어가면 이를 통해 환자에게 안전한 간호가 제공될 수 있도록 간호사의 배치 기준이 마련돼야 하고 의료기관은 한 명의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 수 역시 자기들의 의료기관의 홈페이지에 기준을 공개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아울러 간호사 배치 기준 마련 시 환자의 특성, 중증도, 간호 요구도를 반드시 반영하고 관리 감독을 통해 미준수 의료기관은 행정 처분을 확실히 받도록 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간호사들의 90% 이상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일 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일 가정 양립의 핵심은 근로기준법과 남녀 고용 평등법 준수와 간호법을 통한 현장 간호사 업무 결손에 대한 조치 강구라 할 수 있다. 간호사들의 일 가정 양립 지원의 개선을 위해서는 출산 전후의 휴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기 시간 단축을 간호사들이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다양한 근무 형태인 유연 근무제 시행과 다른 간호사의 근로 조건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상시 대체 인력 확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본 기사의 내용은 대한간호협회의 견해이며 중앙일보사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