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희귀질환인 ‘선천성 횡격막 탈장’ 환아에게 새로운 치료 지침을 적용하자 생존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에크모 치료로 우선 심폐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킨 뒤 수술을 시행한 효과라고 분석했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과 이병섭·정의석 교수와 소아외과 남궁정만 교수 연구팀은 2008~2023년 선천성 횡격막 탈장으로 치료를 받은 환아 322명을 분석한 연구를 ‘대한의학회지’에 게재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진은 환아에게 시행하는 에크모 치료 지침(프로토콜)을 재정립한 2018년 9월 전후의 생존율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프로토콜을 고치기 전 서울아산병원에서 해당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환아들의 생존율은 66%였으나 새로운 프로토콜 적용 후엔 83%로 상승했다. 상태가 위중한 중증 환아들의 생존율도 21%에서 57%로 크게 높아졌다. 이병섭 교수는 “에크모 치료 프로토콜 재정립 후 83%의 생존율은 최근 보고된 북미와 유럽 평균 생존율 65~75%을 상회하는 숫자”라고 말했다.
선천성 횡격막 탈장은 흉강과 복강을 구분하는 근육인 횡격막에 구멍이 생겨 위·소장·간 등의 장기가 구멍을 통해 흉강으로 밀려올라와 심장과 폐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신생아 40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국내에선 한 해 동안 신생아 50~60명 정도가 이 질환을 가지고 태어나며 그 중 즉각 에크모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아는 20~30%인 10~15명 정도로 추산된다.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인공호흡기를 활용하고 수술을 받으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중증일 경우 심폐기능 유지를 위해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빼낸 후 산소를 공급해 다시 주입하는 에크모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할 정도로 심각하다.
다만 성인 환자와 달리 신생아나 소아 환자에게는 에크모 치료를 적용하기가 쉽지는 않다. 수술로 도관을 삽입해야 하며 뇌출혈 등 관련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국내 최초로 중증 선천성 횡격막 탈장 신생아 치료에 에크모 치료를 적용하기 시작한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은 중증 환아 중 70% 이상을 치료해 오면서 환아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2018년부터 신생아과·소아외과·소아심장과·소아심장외과 등 다학제 의료진이 모여 자체적인 에크모 치료 프로토콜 재정립에 나섰다. 기존에는 최대한 약물 및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행했으나, 새로운 지침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응급 현장 수술을 통해 신속하게 에크모 도관삽입술을 실시한 뒤 바로 수술에 들어가기보다 환아 상태를 충분히 안정시킨 상태에서 에크모 중단 후 수술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남궁정만 교수는 “선천성 횡격막 탈장은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데, 다학제 진료를 기반으로 에크모 치료 관련 프로토콜을 재정립해 환아의 전신 상태를 최대한 호전시킨 후 수술한 결과 생존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