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이 등교하고 잠깐 쉬는 새,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사연에 귀가 세워졌다. 유치원 다니는 아들의 장래희망에 관련된 얘기였다. 달리는 차 뒤꽁무니에 무사안착 하는 청소부가 되겠다는 맹랑함에 끌렸다. 아이에게는 어벤져스급 푸른 꿈에 진지했다. 엄마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 DJ는 아주 설레어했다. 아이는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계획적으로 밝혔다. 엄마는 철없는 아들을 말려달라는 의도인데 듣는 사람은 신통하고 무엇이 될지 흥미진진해졌다. 사연을 듣던 나도 아이가 크게 될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엄마도 아들의 미래가 궁금한 마음이 있어 사연을 보냈을 심상도 있었길 기대했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다 하라고, 한없이 다 해보라고 더 일찍 말했더라면…… 이제 와서야 달라졌을까! 아쉬움, 미련의 앙금으로 스멀스멀 올라온다.
한국 안데르센 대상작 『렛츠 기릿 나나나나는 래퍼!』는 부모가 지도하는 것이 아닌 자유롭게 스스로 키워가는 과정을 알려준다. 동화 속 경주는 기타와 랩 사이에서 갈등한다. 기타 연주로 인정받는 경주다. 그럼과 동시에 매료된 랩을 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오케스트라의 바이얼린 주자인 엄마는 경주와 신경전이 팽팽했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거/ 먼저 하고 싶은데/ 돼돼돼/ 하고 싶은 거/ 먼저 해도 돼/ 돼돼돼/ 하고 싶은 거‘먼저 해도 돼/ 돼돼돼/ 나나나나도 음악해도 돼/ 공부해도 마음이 편치 않아/ 나의 미래가 편치 않아/ 내 책가방의 무게는 헉헉헉 "<본문 랩 중에서>
‘난 진짜로 랩을 하고 싶나?’ 번민에 번민을 거듭하며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망설이지 말고 던져/ 내 멋대로 던져/ 똑똑한 그것보다 독특함을 살려/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 내 멋대로/ 내 생각대로 씽씽 달려"<본문 랩 중에서>
머뭇대던 경주에게 랩은 자꾸 ‘Let’s get it!’ 일깨운다. 스토리가 역동적이어서 읽는 내내 후끈하다. 글 속에 사이사이에 나오는 랩은 느슨할 간격을 없애고 촘촘하게 엮었다.
윤미숙 작가가 이 작품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으리라 짐작된다. 오케스트라, 기타, 랩 등등 음악가와 래퍼가 얼마나 노력 끝에 만들어졌는지 가히 느껴진다.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수없이 확인하고, 실행을 반복했을 것이다.
아이가 마음껏 경험하도록 길을 것을 통감하게 만드는 책이다. ‘돼돼돼!’는 방치, 방관이 아닌 가능성을 열어준다. 『렛츠 기릿 나나나나는 래퍼!』는 아이가 쑥쑥 성장한다. 자신의 이상과 의욕을 자유롭게 스스로 키워가는 과정에 고개가 끄덕여지게 한다. 아 참! ‘영, 아니다 싶으면 유턴해.’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할 뿐더러 되돌아오는 것도 일러줘야지 덤으로 알게 해준다. 성장판이 멈추지 않게 가능성을 부여하고 바라봐 주는 것, 여유가 아닌 여유로 곁을 두는 일이 양분이 될 때를 배운다. ‘다시 키우면 잘 키울 텐데’ 후회는 접어두고, ‘Let’s get it!’ 외쳐라.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수필당선, 2018년 《동양일보》 동화 신인문학상, 저서로는 『레오와 레오 신부』, 『가족이되다』, 오디오북 『구멍난 영주씨의 알바보고서』,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공저. 『크리스마스에 온 선물』이 있다. 현재 아이들과 동시쓰기를 함께 하고 있다.
정숙인 작가-이선애 '방울을 울리며 낙타가 온다' 이영종 시인 – 김해자 외 ‘시 읽는 일이 봄날의 자랑이 될 때까지’ 최아현 소설가 – 김채람, 양소영, 이풀잎 '효자, 시절' 이경옥 동화작가-김두를빛'벽을 타는 생쥐, 바타' 이진숙 수필가-송태규 '직진도 충분히 아름답다' 오은숙 작가-에밀 졸라 '돈' 박태건 시인-하상욱 '달나라 청소' 기명숙 작가- 임후남'나를 아껴준 당신에게' 장은영 작가, 김순정'아주 특별한 발레리노 프로기' 장창영 작가- 박현아'인공지능, 말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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