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 되면 누구나 한 번쯤 감기 기운을 느낀다. 그러나 ‘계속 코가 막히고, 누런 콧물이 이어지고, 기침이 몇 주째 멈추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감기 뒤끝처럼 보이는 증상 뒤에 조용히 숨어 있다가 어느 날 불쑥 존재감을 드러내는 질환, 바로 부비동염 때문이다.
감기와 초기 증상이 비슷해 “조금 지나면 낫겠지”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염증이 눈 주변으로 번져 봉와직염을 일으키거나, 드물게는 뇌막염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감기와 부비동염을 나누는 이 얇은 경계선에서, 어느 지점에서 경고등이 켜지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훨씬 현명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빈 공간에 갇힌 염증
부비동은 얼굴뼈 안쪽의 작은 공기 주머니다. 코와 가느다란 통로로 연결돼 공기가 드나들고 분비물이 빠져나간다. 문제는 이 통로가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으로 부어 오를 때다. 길이 막히면 분비물이 고이고, 그 안에서 염증이 자라난다. 감기 후반부에 세균 감염이 겹치면서 급성 부비동염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흔하다.
종양이나 물혹이 통로를 막아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감기 뒤끝’로 가장해 다가온다.
냄새가 사라지고, 얼굴이 눌리는 듯하다면
부비동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명확하다. 코막힘, 누렇거나 초록빛의 콧물, 얼굴 통증과 압박감, 두통. 낮에는 괜찮다가 밤만 되면 목 뒤로 콧물이 넘어가 기침을 유발하기도 한다. 기침이 3주 이상 이어진다면 감기보다는 부비동염에 가까운 쪽에 표를 던지는 게 합리적이다.
발열이나 냄새 감퇴도 흔한 동반 증상이다. 즉,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뜻이다. 부비동염 진단의 첫 단계는 내시경이다. 코 안 점막이 얼마나 부어 있는지, 고름이나 물혹은 없는지 직접 확인한다. 내시경으로 보이지 않는 영역이나 수술 여부 판단에는 CT가 필요하다. 곰팡이나 종양이 의심될 때는 MRI가 답을 준다. 결국 부비동염은 ‘사진을 찍어야만 확실해지는’ 질환이기도 하다.
약과 세척, 그리고 필요한 경우의 수술
급성 부비동염의 1차 치료는 항생제다. 대부분 2~3일이면 반응을 보인다. 점막 부종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경우의 항히스타민제, 분비물을 씻어내는 생리식염수 세척도 도움이 된다.
주의해야 할 것은 비점막 수축제다. 3~5일 이상 사용하면 오히려 점막이 더 붓는 역효과가 생긴다. 단기 처방용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약물치료에도 호전이 없거나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경우, 부비동의 막힌 길을 넓혀 환기와 배출을 돕는 수술을 고려한다. 소아는 부비동 발달이 완전하지 않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부비동염은 가볍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발 위험이 높고, 만성화되기 쉬우며, 염증이 안 와도 될 곳까지 나아가는 경우가 있다.
눈 주위로 확산되면 봉와직염, 심한 경우 뇌막염이나 골수염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감기 같은데 오래 간다’는 말 뒤에 이런 위험이 숨어 있다.
겨울철 부비동염 관리의 핵심
손을 자주 씻고, 실내외 온도 차를 줄이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기본적인 감기 예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패다. 코 점막이 쉽게 마르지 않기 때문에 보습 연고나 생리식염수 세척도 도움이 된다.
다만 수돗물로 세척하는 행동만큼은 피해야 한다. 점막 기능을 약화시키고 감염 위험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기침이 3주 이상이면, 감기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김동영 교수는 이렇게 정리한다.
“부비동염을 예방하려면 기본 위생수칙을 지키고 코 점막을 건조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노란 콧물이나 후비루가 생기고 기침이 3주 이상 이어지면 감기라고 단정하지 말고 조기에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겨울이면 반복되는 익숙한 증상 속에서도, 부비동염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이번 겨울,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볼 때다.
■ 부비동염 FAQ
Q1. 일반 감기와 부비동염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감기는 대부분 맑고 투명한 콧물이 나는 반면, 부비동염은 노란색 또는 초록색의 농성 콧물이 특징이다. 여기에 코막힘과 함께 콧물이 목뒤로 넘어가는 후비루가 나타나면 부비동염일 가능성이 높다.
Q2. 부비동염은 수술 후 재발할 수도 있나요?
일반적인 부비동염은 수술 후 완치율이 높지만, 천식이 있거나 물혹이 동반된 경우에는 재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Q3.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오래 사용해도 괜찮나요?
전신 흡수율이 매우 낮아 장기간 사용해도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점막 손상을 줄이기 위해 코 바깥쪽 방향으로 분사해야 한다.
Q4. 코 세척 시 생리식염수 대신 수돗물을 사용해도 되나요?
수돗물은 코 내부의 섬모 운동을 약하게 만들어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생리식염수 사용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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