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이런 변이는 처음”…‘엠폭스 변이’의 불길한 징후
영국에서 아시아 여행 이력이 있는 환자에게서 엠폭스(MPOX·옛 원숭이두창)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되면서 보건당국이 긴급 분석에 나섰다.

이번 변이는 기존에 유행 중인 두 계통, 높은 중증도를 보이는 1형과 상대적으로 덜 치명적인 2형의 유전 요소가 뒤섞인 ‘재조합’ 형태로 나타났다.
10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엠폭스로 10월 말 기준 전 세계 94개국에서 4만8000건 가까운 확진과 201명의 사망이 보고됐다.
보건안전청은 “변이의 역학적 의미와 임상 영향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대부분의 엠폭스 감염은 경미한 수준이지만 백신 접종 대상자에게는 예방적 접종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재조합 변이 자체가 반드시 위험도를 높인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바이러스의 진화 과정에서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는 신호”라고 입을 모은다.
◆엠폭스, 어떤 질병인가…사람·동물 모두에서 전파 가능
엠폭스는 2022년 이후 세계 곳곳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성 감염병이다.
감염자는 수두와 비슷한 발진·수포·피부 병변이 나타나고, 고열·두통·근육통·심한 피로감 등 전신 증상도 동반된다. 잠복기는 최대 3주에 달한다.
감염 경로는 △감염자 피부 병변과의 직접 접촉 △오염된 의류·침구류·수건 △감염자 호흡기 비말(기침·재채기) △감염된 설치류(쥐·생쥐·다람쥐 등)에서 사람으로 전파 등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엠폭스가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점에서,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반복적 전파가 지속되면 새로운 변이가 더 쉽게 등장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조합 변이 등장…왜 주목받나?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뿐 아니라 서로 다른 계통의 유전자가 섞이는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
이번 영국 사례처럼 클레이드1·클레이드2의 유전 정보가 뒤섞인 변이는 아직 보고가 많지 않다.
현재까지는 전파력이나 치명도가 증가했다는 근거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임상 양상 변화 △면역 회피 가능성 △백신 효과 변화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신 효과는?…전문가들 “광범위 면역 반응, 일정 수준의 보호 기대”
세계적으로 사용 중인 MPOX 백신은 주로 클레이드2(2형) 기반으로 개발됐지만, 바이러스 외피 단백질을 겨냥해 상대적으로 넓은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변이가 발생해도 일정 수준의 보호 효과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엠폭스는 면역저하자나 기저질환자에서 중증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접종 및 초기 차단 전략이 중요하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새 변이는 두 계통의 특징이 결합된 재조합 형태로 관찰된다”며 “재조합은 임상 예측을 어렵게 할 수 있어 초기 감시가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전파력 증가나 중증도 상승을 단정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클레이드1·2의 요소가 함께 발견됐다는 점은 바이러스 진화의 하나의 신호”라며 “재조합 자체가 위험을 의미하진 않지만, 기능적 변화가 있었는지 유전·구조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행 이력 사례에서 변이가 발견됐다는 점은 국제 이동 기반 감염 감시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뜻”이라며 “빠른 유전체 분석은 세계 방역 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대응 전략은?
엠폭스는 경증이 많지만 면역저하자에서는 위험도가 높다.
병변 접촉, 오염 물품, 호흡기 비말 등 다양한 전파 경로가 존재해 의료기관 내 감염관리 준수가 매우 중요하다.
새 변이의 등장은 불안 요소지만, 과도한 공포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투명한 공유·빠른 대응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 단계에서 신종 변이는 ‘잠재적 위험 신호’일 뿐, 확대 해석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속적 감시와 투명한 정보 공유가 향후 위험을 낮추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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