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니까 마감을 지킨다는 건 내가 지금은 이 정도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포기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부족한 결과물을 세상에 내보여도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음 마감에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배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의 빈틈과 모자람을 견디는 훈련인 셈이다.”<일의 말들>, 유유
저자 황효진은 작가, 강사, 대학원생, 무임금 가사 노동자 등 여러 가지 직업적 정체성을 갖고 있다. 정규직으로도 일했고, 계약직과 프리랜서도 경험했다.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아침에 최소 30분 이상 책을 읽고 책에서 발견한 문장을 수첩에 기록했다. 어느날 수첩을 다시 보니 “일과 일을 둘러싼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유난히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의 말>은 그렇게 탄생한 책이다. “이 문장들은 수많은 일하는 날들을 버티게 해 주었고 일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거나 넓혀 주었으며 당연하다고 여겨 왔던 것들에 의문을 품게 해주었다.” 저자는 한때 “번아웃을 겪는다는 건 성실하고 유능한 노동자라는 증표”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절대 그렇지 않다는 메시지가 우리에게는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자신을 불태워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