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땅 잡초 고민 덜어주는 OOO…관리 안해도 잘자라고 예쁜 꽃까지 ‘일석삼조’

2024-09-24

도시에 살며 시골에 농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것부터 주말 가족 텃밭으로 쓸 요량으로 산 경우도 있다. 이들 중에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

서울에 사는 지인이 충주 호반에 8264㎡(2500평) 정도 밭을 샀다. 은퇴하면 집 짓고, 텃밭에 농사지으며 살 생각으로 일찌감치 사 두었다. 처음 몇년은 직장생활 틈틈이 드나들며 관리를 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치기 시작했다. 직장 일도 바쁘고 나이가 들며 힘에 부쳤다. 관리가 쉽지 않았다.

농지라 놀릴 수도 없어 주변에 고민을 얘기하니 묘목을 심으라 권했다. 관리하기 편하고 나중에 팔면 돈도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묘목을 심었는데 몇년 지나지 않아 나무들이 자라 밀림으로 변했다. 바람도 통할 수 없을 정도로 빽빽했다.

팔리지도 않고 버리기는 아까워 공짜로 나눠준다 했지만 가져가는 사람이 없었다. 삽과 괭이로 나무를 캘 엄두도 내지 못했다. 풀은 정신없이 올라왔다. 특히 여름에는 칡덩굴과 환삼덩굴들이 나무를 감고 올라가 감당이 안됐다. 하는 수 없이 아깝게 기른 나무 반을 잘라냈다. 풀밭으로 변한 밭에 제초제도 치고 예초기로 작업을 해도 돌아서기 무섭게 풀은 자랐다.

그는 휴일과 주말을 그렇게 보내고 올라갈 때면 초죽음이 된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를 해 “땅 팔고 싶다”며 하소연한다. 그럴 때마다 ‘풀은 풀로 잡는 것’이라 일러주지만 알았다고만 할 뿐 어쩌지 못한다. 다시 풀 나오는 계절이면 한바탕 홍역을 치르며 땅 팔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땅에 심어 키우는 것은 관리를 해야 한다. 관리 안 하고 키울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큰 골칫거리가 병해충과 풀이다. 병해충은 약으로 해결한다 해도 풀은 쉽지 않다. 제초제도 있지만 노동이 많이 들어간다. 이때 할 수 있는 슬기로운 방법이 ‘다른 식물로 잡는 것’이다.

마당에 텃밭이나 화단을 만들어 관리하다 풀 뽑기 힘들어 잔디를 까는 사람들도 있다. 잔디를 심어 풀을 잡는 것이다. 잔디라고 그냥 두면 되는 것이 아니다. 깎아줘야 하고 풀이 나오면 뽑아야 한다. 그것도 싫으면 잔디는 살리고 풀만 잡는 제초제가 있다. 그것도 힘들면 시멘트 포장을 해야 한다.

나는 마당에 구절초를 심어 가꾼다. 구절초를 심어 풀을 잡는 것이다. 구절초 중에는 자리를 가려 사는 까다로운 종도 있지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하얀색 꽃을 피우는 것은 크게 관리를 안해도 잘 자란다. 생명력과 번식력이 좋아 환경만 적당하면 옆에 있는 식물들의 자리까지 순식간에 차지한다. 풀 나오는 자리도 뺏으니 풀이 덜 나온다. 이런 번식력 때문에 화단에 심었다 기겁하고 뽑아 없애는 사람들도 많다. 다른 화초 자리까지 다 차지해버리기 때문이다.

9월부터 11월까지 가을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것도 좋다. 처음 필 때는 연분홍빛을 띠다 차츰 하얀색 꽃이 된다. 무리 지어 피면 장관이다. 구절초는 조경용으로도 좋지만 식용이나 약용 등 쓰임도 많다. 국화과라 꽃에서는 국화향이 난다. 잎과 꽃을 따 말려 차로 마시면 쑥차나 국화차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가을에 꽃을 따 말려 카페에서 구절초꽃차로 판매도 한다. 그야말로 나에게 구절초는 일석삼조다. 구절초를 심는 이유다. 마당에 구절초꽃이 피기 시작했다.

김경래 OK시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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