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P "조지아주 사태로 미국서 브레인 유출...투자도 위축될 것"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현대차 배터리 공장 이민 단속 사태는 배터리 제조에 있어서 아시아 전문 기술력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미국에 자충수가 됐다고 포린폴리시(FP)가 지적했다.
포린폴리시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트럼프의 현대차 단속, 미국에서 배터리 브레인을 유출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사태가 미국에 필요한 전문 인력의 유출과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 위축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FP는 이번 급습이 오랜 동맹국 한국과의 외교적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미국 배터리 제조 전문성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짚었다.

배터리는 군사용 드론과 잠수함 등 세계 최첨단 방위·에너지 기술을 구동하는 핵심 동력이지만, 미국 산업은 여전히 외국의 노하우에 깊이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세계 최대 배터리 강국은 중국으로,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배터리의 4분의 3 이상을 생산한다. 가격과 효율성 면에서도 글로벌 경쟁자들을 크게 앞서고 있고, 지금까지 생산된 전기차 배터리의 70% 이상이 중국산일 정도로, 중국은 풍부한 제조·생산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FP는 중국에 이어 한국과 일본도 글로벌 배터리 강국으로 대규모 해외 투자를 진행해왔다면서, 특히 한국 기업들은 해외 제조 능력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요의 20% 이상을 충족시켰다.
독립 금속 분석 컨설팅업체 하우스 마운틴 파트너스의 크리스 베리 대표는 "우리는 이 기술을 구축하고 확산하기 위해 외국의 도움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미국 노동력만으로는 이런 극도로 기술적으로 정밀한 공장을 건설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리 대표는 "한국·일본·중국 기업들은 배터리 기술과 화학적 특성, 장단점을 깊이 이해할 뿐만 아니라, 이를 얼마나 빠르게 대규모화할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외 기업들이 현지에서 사업을 확장할 때 초기에는 자국 인력에 의존하고, 이후 현지 노동자를 훈련시키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국제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미 상공회의소 산하 미-한 비즈니스 카운슬을 이끌었던 타미 오버비는 "초기에는 관리 기술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직원 수가 많고, 가능한 한 빨리 지식을 이전한 후 그들은 본국으로 돌아간다"면서 "그렇게 하는 편이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도 덜 든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이번 현대차 단속이 다른 국제 기업들에 충격을 주었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국 제조 역량 강화·생산 국내 이전 계획의 핵심인 투자 자체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속의 여파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구금된 수백 명의 근로자가 미국에 남아 미국인 노동자들을 훈련하도록 허용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실제로 남기로 한 한국인은 단 한 명뿐이었다고 전했다.
오버비 컨설턴트는 "미국에 투자한 대형 외국 기업들은 이번 일에 크게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모든 기업들로 하여금 직원뿐 아니라 하청업체와 공급망 전반에 걸쳐 이민 규정 준수 여부를 다시 검토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 이후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최소 22개 프로젝트의 작업을 중단했으며, 현대차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으로 배터리 공장 건설이 "최소 2~3개월 지연됐다"고 밝혔다.
베리 대표는 "이건 일종의 자충수로 본다. 우리는 스스로 얼굴을 할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 사태를 의식한 듯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외국 기업이나 외국 투자가 미국에 들어오려는 것을 위축시키거나 막고 싶지 않다면서 "오히려 그 반대로, 그들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의 직원 역시 환영한다고 밝혔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