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TV사업부가 10년 만에 경영 진단에 착수했다. 중국 기업들의 추격에 19년간 지켜온 ‘세계 1위’ 자리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경영 진단을 통해 삼성전자는 기존 TV 사업구조는 물론 가정용 로봇 사업 등 신사업 경쟁력을 재점검하고 이를 통해 사업 조직과 포트폴리오 등을 개편할 계획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가 최근 경영 진단에 착수했다. VD사업부가 경영 진단을 받는 것은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진단이 시작되면서 사업부 내 조직들은 사업 현황과 개선 방향 등을 담은 자료를 진단팀에 제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별 비용 구조, 사업 타당성, 경쟁 상황 등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사업 포트폴리오 및 조직 개편을 진행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인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TV사업부가 10년 만에 경영 진단에 나선 것은 중국 TV 업계의 추격에 뼈를 깎는 변화 없이는 시장을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한때는 ‘가성비’로 승부했던 중국 기업들이 이제 삼성전자 등 국내 업계의 주 전장터인 프리미엄 TV에서도 존재감을 높이는 등 더 이상 한 수 아래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가성비 경쟁에 삼성전자가 올라타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될 우려가 있는 것도 이번 경영 진단의 또 다른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올해 VD사업부 영업이익은 8680억 원으로 전년(1조 1080억 원 대비 21.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은 올해 31조 2390억 원으로 30조 9530억 원이었던 지난해 대비 0.9%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그간 세부적인 기술 진보를 보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판을 흔들 만한 혁신을 보이지 못하면서 대형 TV를 위시한 중국의 점유율이 한 해 한 해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 경쟁 구도 그대로 가면 중국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