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송호근 한림대 교수는 일간지 칼럼에서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 대기업 총수들을 몰고 가서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약속하고, 같은 시기 국회에서는 집권 여당이 노란 봉투법 등 대기업 패는 법안을 마구 통과 시켰다고 썼다. 한국의 경제 기적을 일으킨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진 '함대'를 해체하는 방법이라 했다.
다음날 같은 칼럼에서 염재호 태제대학 총장은 고급 인공지능(AI) 인재들의 해외 유출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대만 태생인 젠슨 황이 엔비디아를 창립한 것처럼 더 많은 우리 인재가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상식의 뒷면'을 보라 했다.
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노사 분쟁을 막아주고 AI 인재 미국 취업을 도와주면 지난 20여년 간 국정과제 중에서도 우선적으로 다뤄온 고용창출이 활성화 되겠는가? 박병원 퇴계학연구원 이사장은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고 초점을 맞춰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1982년 박봉으로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던 시절에도 극심한 YH 노사 분규 인천 현장 인근 주안 대우전자에선 종업원 1000여명이 카세트 라디오를 수출해 규모가 5배나 컸던 대한전선 가전 사업부를 인수하고 가전 3사에 진입해 지속적인 일자리가 창출됐다. 1985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에서 일하던 모리스 창은 대만 산업기술연구소(ITRI) 회장으로 귀국해 2년 후 TSMC를 설립하고 당시 반도체 후진국이던 대만에 세계 최고의 주문형 반도체 일자리를 만들었다.
고용창출은 하루 아침에 정부 정책을 세웠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적어도 단임 대통령이 5년제 임기 중 생색을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4년마다 총선을 치러야 하는 여당 국회의원들이 더 조급히 서둘러서 되는 일이 아니다.
한국 일자리에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났다. 실리콘밸리 가지 않고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를 제작할 수 있게됐다. 하드웨어 상품은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바뀌었다. 박리다매의 대량생산품은 중국의 브랜드 상품으로 바뀌었다. 그보다 큰 변화는 한국 기업도 국제 금융계에서 신용 평가를 받고 투자를 받을 수 있게 세계화를 했다. 생계 유지형 복지 근로가 아니라 보람 있는 일터의 일자리가 필요하게 됐다.
삼성은 먼지 많고 물, 전기가 부족한 중국 시안에 시진핑 중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첨단 기억소자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 TSMC는 소니, 토요타, 토요타의 계열 회사인 덴소와 합작으로 일본 구마모토에 첨단 주문형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 기억소자는 생산 원가 절감을 위한 목표 수율(Yield) 달성이, 주문형 반도체는 고객 신뢰를 통한 주문량이 중요하다. 한국의 산업화를 바싹 뒤 쫓아 정확하고 생산성 높은 중국 근로자와 TQC를 통해 신뢰성 높은 상품을 생산해온 일본 근로자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물론 상업적인 수율의 계획 기간 안에 달성에 달려 있고, 고객주문 량이 계획 기간 안에 달성돼야 일자리의 지속성이 유지 된다.
영국 북아일랜드 지방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극심할 때 대우전자는 영국 정부 비용 부담으로 근로자 1000여명을 선발하고 한국 구미 본사공장에서 3개월 훈련해 숙련도를 높인 다음 북아일랜드 현장에 투입했다. 영국인 인사 책임자는 반 정부 50%, 친 정부 성향 50% 선발한 결과, 숙련도 훈련은 한 공장 안에서 단합대회가 되어 버렸고 그 결과 생산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그로부터 20년 후 유럽 대우전자의 VCR 시장점유율 1위가 되었고 영국 국회는 공식으로 북아일랜드 평화는 대우전자 영국공장에서부터 왔다고 선언했다.
지속적인 일자리는 자유 경쟁 시장 환경에서 기업의 수익 경영이 만들어 낸다. 정부 정책은 공정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고 투자 유치를 위해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불법 취업자들을 고용해 미국 공장을 건설하려 했던가? 미국은 자국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불법 이민자 색출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 국내에서는 미국 법규를 지켜야 한다.
배순훈 전 KAIST 테크노 경영대학 특훈초빙교수 soonhoonba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