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들이 자주 쓰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바로 ‘플러스 알파’다. 말 그대로 기본적인 것에 ‘무언가 더’ 있다는 뜻으로, 정치·경제·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종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영어권 사람들은 이 표현을 이해하지 못한다.
‘플러스’와 ‘알파’라는 각각의 단어는 영어로도 익숙하지만, 두 단어를 함께 쓰면 의미가 통하지 않게 된다. 문제는 ‘알파’다. 영어에서 ‘alpha’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추가적인 것’과는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인다.
비즈니스나 과학 분야에서 ‘alpha’는 보통 ‘시작’ 혹은 ‘우두머리’를 뜻한다. 예컨대 ‘알파 버전(alpha version)’은 소프트웨어의 가장 초기 테스트 버전을 의미한다. ‘알파 메일(alpha male)’은 집단에서 가장 지배적인 존재를 말한다.
물론 한 가지 예외가 있긴 하다. 금융 분야에서 ‘alpha’는 시장 평균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뜻한다. 어떤 헤지펀드가 “알파를 제공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정확히 말해 기준치 이상의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표현은 매우 좁은 전문 영역에서만 쓰인다.
그리스 문자가 영어권에 들어오긴 했지만, 그 사용 범위는 대부분 특정 분야에 국한된다. ‘beta’는 두 번째 글자로, ‘beta version’은 알파 버전보다 한 단계 더 완성도가 높은 테스트 제품을 의미한다. ‘delta’는 수학에서 ‘변화’를 뜻하며, 코로나 19의 델타 변이처럼 특정한 맥락에서 쓰인다. ‘omega’는 오메가-3 지방산처럼 과학 용어나, 혹은 종교에서 ‘끝’을 상징할 때 사용된다. ‘gamma ray(감마선)’처럼 과학 분야에 정착한 단어도 있다.
그렇다면 영어로 ‘플러스 알파’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영어에는 각 상황에 따라 이미 ‘추가적인 것’을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이 존재한다. 정치권에서는 ‘and more besides(그리고 그 이상)’나 ‘with further measures to come(추가 대책 예정)’과 같은 표현을 쓴다. 비즈니스에서는 ‘value-added(부가가치)’, ‘extras included(추가 혜택 포함)’를 사용한다. 학교에서는 ‘extra credit(보너스 점수)’나 ‘bonus points(추가 점수)’라는 말을 쓴다. 모두 한국인이 말하는 ‘플러스 알파’의 의미와 유사하다.
물론, 일상 영어에서 ‘조금 더’를 의미하는 관용적인 표현들도 있다. ‘and then some’은 ‘그 이상으로’라는 뜻으로, 풍부함을 강조할 때 쓰인다. ‘above and beyond’는 기대를 뛰어넘는 노력을 칭찬할 때 사용된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