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오해받기 싫어요”… 한국서 '대만인 배지' 착용 확산

2025-10-15

I’m from Taiwan 문구 새겨

한국 거리엔 ‘반중 피로감’ 확산

행안부 “국격 훼손 방치 못 해”

한국 내 반중(反中) 정서가 확산하면서 한국을 찾는 대만 관광객들 사이에서 자신이 '중국인이 아님'을 알리는 '국적 배지'가 등장했다.

지난 10일 대만의 한 누리꾼은 SNS 플랫폼 '스레드(Threads)'에 “요즘 한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 이런 배지를 달아야 할까?”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배지에는 '대만 사람이에요', 'I'm from Taiwan'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으며, 아래에는 대만 국기를 든 캐릭터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게시물은 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급속히 퍼졌다. 현지 누리꾼들은 “외모로 구분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 “배지까지 달아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한국에서는 대만인도 결국 '섬 짱깨'로 보일지도 모른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심지어 일부 중국 본토 출신 네티즌들은 “중국인이지만 이 배지를 달면 피해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구매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한국 네티즌들은 “극단적인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한국인은 혐오를 반대한다”, “한국인으로서 미안하다”, “대만 여행객들이 안전하게 머물길 바란다”는 사과와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한국 내 반중 정서가 실제로 고조되고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지난 4월에는 서울 시내 버스 안에서 30대 남성이 중국어로 대화하던 20대 여성 2명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며칠 뒤에도 대만 남성을 중국인으로 착각해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등 연이어 범행을 저질렀다.

정치권에서도 중국인을 겨냥한 규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의료·부동산·선거 분야에서 중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이른바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일부 의원들은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전염병과 범죄를 확산시킨다”는 발언을 내놔 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혐중 시위 확산과 관련해 “국격을 훼손하는 행위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일 국가경찰위원회에 '혐오 시위 관련 적극적 법 집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행안부는 “혐오 집회·시위로 외국인 커뮤니티 전반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가 간 관계와 사회 안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약 3분의 1이 중국인이었다.

중국인 관광객 수는 8월 한 달 60만 5000명으로, 1월(36만 4000명) 대비 1.7배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혐중 시위, 온라인상의 조롱, 정치권의 규제 법안 논의 등이 이어지며 '반중 피로감'은 점차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한중 관계의 냉각 속에 정치적 갈등이 국민 감정으로 번지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과 시민사회 차원의 성숙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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