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인? 택시 내려라"…돌변하는 한국인, 혐오만 커진다

2025-10-15

지난 13일 경기 수원으로 여행을 온 캄보디아 관광객 2명은 투숙하고 있던 호텔로부터 난데없이 예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 2박 3일 숙박을 예약했고 이미 하룻밤을 묵은 상황이었지만, 사장에게서 “연박은 불가능합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의 관광을 돕고 있던 캄보디아 국적의 이주민 리카(33)는 15일 중앙일보에 “숙소 관계자가 관광객들에게 국적을 물어보더니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며 “캄보디아 사람들이 잘못한 것도 있겠지만, 아무 관련 없는 관광객이나 이주민에게 화살이 돌아오는 건 잘못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캄보디아인들이 최근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8월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고문으로 사망한 소식이 알려지고 다른 한국인들의 납치·감금 피해 제보가 잇따르는 가운데 한국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들에 대한 혐오감 역시 함께 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캄보디아 국적의 40대 이주 노동자 코이도 13일 지인을 만나기 위해 택시에 탔다가 “혹시 캄보디아인이세요? 그럼 내리세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동하다가 국적을 물어보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승차하면서부터 물은 건 처음”이라며 “결국 버스를 이용해 가다가 약속 시간에 늦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캄보디아 자체에 대한 혐오글이 다수 게시되고 있다. ‘캄보디아 국가 자체가 범죄 집단’이라거나 ‘이래서 후진국 놈들은 안 된다’는 등의 내용들이다. 18년 전 한국에 온 결혼이민자 A는 “불미스러운 일이 캄보디아에서 일어나는 일 자체가 정말 미안하다. 대신 사과드린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13일 SNS에 올렸지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거나 ‘바퀴벌레 한 마리 더 생겼네’라는 등의 반응이 이어지자 결국 댓글창을 닫았다.

과장되거나 왜곡된 내용도 퍼지고 있다. ‘캄보디아 GDP의 50%가 범죄로부터 나온다’ ‘캄보디아는 중국의 속국이다’는 등의 주장이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안대환 한국이주노동재단 이사장은 통화에서 “한국인과 중국인이 한국인을 고수익 일자리로 유인해 폭행·감금한 사례가 대부분인데, 일부 한국 사람은 애꿎은 캄보디아인에게 화풀이하는 모양새”라며 “캄보디아 현지 경찰의 대응 등 정부가 역할을 잘하지 못한 면도 있겠지만, 이것에 대한 피해를 왜 캄보디아 이민자 혹은 이주노동자들이 대신 받아야 하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 26년 거주하고 있는 오태근 선교사도 통화에서 “범죄가 집중되고 있다는 시하누크빌을 다녀보면 90%는 중국인”이라며 “한국과 캄보디아는 서로 교류를 늘려가며 잘 지내고 있는데, 둘 사이만 나빠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 수는 2만9240명(2022년)→5만7018명(2023년)→6만3681명(2024년)으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조만간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들은 서울역 인근에 모여 대규모 차별 금지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민간 차원과 공적 차원의 구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캄보디아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경제적 측면에서 기여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게 안타깝다”며 “정부 차원에서 ‘혐오를 자제해달라’는 취지의 목소리를 내야 혼동을 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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