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 달 사이 7억 오른 강남 집값에도 낙관론만 펼치는 서울시

2025-03-17

서울 주택 시장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서울시가 지난달 13일 강남ㆍ송파구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서다. 지난 16일 서울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잠삼대청(잠실ㆍ삼성ㆍ대치ㆍ청담동) 아파트 가격이 한 달 사이 평균 3.7%(1억원) 올랐다. 이는 평균치일 뿐, 단지별로 보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수억원 가량 오른 경우도 있다. 대치동 롯데캐슬 105㎡는 지난 5일 24억9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18억1000만원)보다 6억8000만원 급등했다.

문재인 정권 때 서울 집값 폭등을 경험한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토허제 해제가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며 ‘오쏘공’(오세훈 서울시장이 쏘아 올린 공)이라고도 부른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이모(50)씨는 “한 달 사이 강남 집값이 내가 사는 집값보다 더 올랐다”며 “만일 대선에 나온다면 결코 오세훈을 뽑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쏘공’이 켠 주택시장 빨간불

서울시가 2020년 강남ㆍ송파구 국제교류복합지구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이후 지속적인 해제 요청이 있었다. 사실상 토지가 아닌 아파트 거래를 제한하는 변칙적인 규제로, 재산권을 침해하고 거주이동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에서도 내부적으로 언제까지 이 규제를 끌고 갈 것이냐는 고민을 해왔다. 합당한 고민이다.

문제는 해제 시기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풀고 금리도 낮추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금융당국과 협의 없이 새 학기 이사철을 앞두고 규제 해제를 전격 결정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1월 14일 개최한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한 시민(공인중개사)의 토허제 해제 요청에 “적극 검토 중”이라고 답했고, 약 한 달 뒤 실행에 옮겼다. 지난 총선 때 강남 3구에서 해제 요청이 빗발쳤어도 풀지 않았던 것과 비교된다. 일각에서 탄핵 이후 대선을 위한 강남 표심 잡기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내부적으로 오 시장에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있었다. 해제 이후 집값이 이상행보를 보이면 7~10일 이내에 바로 재지정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가이드라인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토허제 해제 한 달이 지난 지금 집값 상승세는 규제해제 지역을 넘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노도강(노원ㆍ도봉ㆍ강북구)와 금관구(금천ㆍ관악ㆍ구로구)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시장은 불안한데, 서울시는 낙관론만

부동산 시장은 심리가 강하게 지배하는 시장이다. 이미 서울 주택시장에는 불안 심리가 가득하다. 17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4.7로 전월(110.4)보다 14.3p 상승했다. 심리지수가 116 이상이면 상승국면으로 본다.

시장 분위기가 이런데도 서울시 내부에는 여전히 이상할 정도로 낙관론이 팽배하다. 토허제 해제 직후 불안 기류에 “호가가 올랐을 뿐, 실제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후 실거래가가 오르고 거래량도 늘어나자, “규제 해제로 인한 영향이 미비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내부에선 “어느 정도 예견된 현상이고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이 아직도 우세하다.

기시감이 든다. 지난 정권 때 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했을 때 정부의 해명이 지금과 비슷했다.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 감수성이 시장 분위기와 동떨어져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집값 상승은 사회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낙관론만 펼치다 이미 골든타임을 지난 것은 아닌지, 더 악화되기 전에 시장 상황을 직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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