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해제 후 강남 들썩…갭투자 전세대출부터 막는다

2025-03-17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로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자, 금융당국도 금융사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은행들은 토허제 해제 효과가 나타난 지역의 대출 심사를 강화해, 부동산 과열 심리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17일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이 같은 내용의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국토교통부·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NH농협·신한·우리은행) 관계자가 참석했다.

가계부채 점검 회의 직후 NH농협은행은 다음 달 21일부터 서울 지역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토허제 해제로 서울 핵심 지역의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가 허용되면서 부동산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 3구의 갭투자 의심 거래(임대보증금 승계 혹은 임대 목적의 대출 낀 거래)는 총 134건으로 토허제 해제 예고 직전인 지난해 12월(61건)에 비해 약 2.19배 증가했다. 5대 은행 중에서 KB국민·신한·우리은행만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었는데, NH농협은행이 이번에 보폭을 맞췄다.

다른 은행들도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기에 대출금리만 높게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금리가 아닌 ‘비가격 조치’로 대출 수요를 조절할 계획이다. 또 실수요자에 대한 과도한 대출 제한은 일단 피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은행들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관련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즉시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다음 대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 규제를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다주택자에 대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5대 은행 중에서는 KB국민·신한은행만 막혀있다.

은행들이 대출을 다시 죄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아직은 관리가 가능한 범위라고 했다. 특히 전월 대비 지난 1월(-9000억원) 감소했던 가계대출이 2월(4조3000억원)에 증가세로 전환한 것은 토허제 해제가 아닌 계절적 요인이라는 게 금융당국 분석이다. 금융위는 “신규 주담대 규모가 2월 마지막 주를 정점으로 3월 들어 축소했고, 그 증감도 지역 간 동일하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2월 가계대출 증가는 신학기 이사수요가 주된 요인”이라고 짚었다.

토허제 해제 효과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에 반영되는 만큼 관리 기조는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권 처장은 “(토허제 해제 효과가) 3월 이후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권 스스로가 선제적으로 대응 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실수요자 자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운용의 묘’를 살린 금융사 자율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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