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년 기다림의 교훈, 그 너머를 보자

2025-02-06

LA한인타운을 대표할 조형물이 17년 만에 세워진다. ‘코리아타운 게이트웨이(이하 게이트웨이)’가 곧 착공된다고 한다. 지난달 발표된 부에나파크의 한국 정자·정원 조성안에 이어 연초에 한인사회 희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게이트웨이는 한인타운 랜드마크로 자리할 프로젝트로 2008년부터 추진된 사업이다. 올림픽 불러바드와 노먼디 교차로 인근에 50피트 높이의 게이트 2개를 세우고 이를 LED 케이블로 연결하는 360만 달러 규모 프로젝트다.

착공은 이르면 다음달이 될 전망이다.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비영리단체인 ‘LANI(Los Angeles Neighborhood Initiative)’ 홈페이지에 따르면 27일까지 입찰을 통해 시공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디자인의 밑그림은 이미 지난 2017년 건축사무소 ‘JFAK(John Friedman Alice Kimm Architects)’가 만들었다. JFAK측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기획 의도에서 “LA와 한국 간의 오랜 우정을 기념하는 동시에 한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새로운 도시 관문”이라고 설명한다. 2개의 기둥을 연결하는 케이블에 달린 LED 전구들은 프로그램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태극기 같은 한국적 요소를 비롯한 다양한 디스플레이를 연출할 수 있다. 완공되면 야간에 LA 상공에서도 한인타운의 위치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랜드마크로 우뚝 서게 된다.

오랜 기다림 만큼 착공 소식은 반갑고 또 반갑다. 하지만 착공을 계기로 한인사회가 되새김질해야 할 교훈이 있다. 지난 17년간 수차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지지부진했던 프로젝트는 한인사회의 추진력 부족과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한인타운 인근 이웃 커뮤니티가 추진한 또 다른 게이트웨이 사례와 비교해보면 아쉬움이 더욱 크다.

지난해 12월21일 6가와 파크뷰 인근에 ‘마야 코리도(Maya Corridor)’ 게이트웨이가 완공된 것을 아는 한인들은 많지 않다. 멕시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벨리즈 등 5개국 출신 주민들이 힘을 모아 세운 마야 문화의 유산을 기념하는 상징적인 조형물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신속한 추진력이다. 시의회 기록에 따르면 2021년 5월 상정된 조성안(21-0537)은 이듬해 5월 시장 서명을 거쳐 3년 반 만인 지난 12월 1단계 목표인 게이트웨이를 완공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비결은 5개국 출신 커뮤니티가 하나로 뭉쳐 그 필요성을 줄기차게 요구했고, 해당 지역구 시의원이 최우선 과제로 밀어붙인 덕분이다.

17년간 중단과 부활의 반복된 발표에 울고 웃기만 했던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또 비교되는 점은 마야 게이트웨이의 완공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이다. 2차 목표로 게이트웨이를 중심으로 주변 6개 교차로에 5개 국가명을 딴 광장을 조성한다. 나머지 1개 교차로는 ‘폴리카르포’라는 마야 원주민 출신 커뮤니티 지도자의 이름을 붙인다.

뿐만 아니라 건널목과 인도 보수 및 버스 정류장과 안전등 설치까지 포함된 종합적인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해당 커뮤니티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는 상징물이자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코리아타운 게이트웨이는 아직까지 완공 자체를 목표로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프로젝트가 단순한 조형물 건립을 넘어, 문화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가지 더 눈여겨봐야 할 점이 있다. 마야 게이트웨이는 나무 목재로 제작됐다. 투박하지만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스토리를 담은 상징물은 리틀도쿄에도 있다. 150년 된 자몽나무 ‘서니(Sunny)’다. 일본계 대표 비영리단체인 JACCC(Japanese American Cultural & Community Center)는 연말마다 서니의 사진을 담은 뉴스레터를 발송해 “이 나무를 지켰듯 우리 커뮤니티도 함께 지켜달라”며 후원을 요청하고 있다. 나무 한그루에도 의미를 부여해 커뮤니티를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인사회도 목소리를 더욱 키워야 한다. LA한인회를 중심으로 비영리단체 연합체를 구성해 시의회과 시정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지속적인 프로젝트 확장을 추진해야 한다. 단순한 게이트웨이 건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 거리 이름을 짓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담은 상징물을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지속 가능한 문화적 공간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적 접근도 절실하다. 한인사회가 한목소리를 내어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고, 한인타운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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