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태자 ‘진짜 동궁’은 월지 서편 아닌 동쪽

2025-02-06

10년 신라왕경 유적 발굴 성과

“동편서 큰 건물터 흔적 발견

왕족 사용 추정 화장실도”

넓은 마당·정원 연못 흔적

서편 건물, 왕의 공간 추정

신라 태자의 ‘동궁’의 위치가 월지의 서편이 아닌 동편이라는 새로운 근거가 밝혀졌다. 이와 함께 신라 왕성인 경주 월성 일대에서 개를 제물로 바친 듯한 의례 흔적이 추가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6일 오전 11시 서울 코엑스 스튜디오 159(서울 강남구)에서 신라왕경 핵심유적에서 지난 10년간 발굴조사한 성과를 총망라해 공개하는 ‘국가유산청이 새로 쓰는 신라사’ 언론공개회를 진행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그간 학계에서는 월지의 왼쪽, 즉 Ⅰ-가 지구 일대가 동궁 터라고 여겨왔다.

1975년부터 약 2년간 월지 일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679년을 의미하는 ‘의봉4년’(儀鳳四年)을 새긴 기와가 나왔고, 동궁을 연결할 만한 여러 유물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신라 왕성이었던 경주 월성(月城)의 동쪽에 있다는 점도 이런 가설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2007년 이후 발굴 조사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면서 월지의 동쪽이 신라 태자가 정무를 보거나 기거했던 장소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측은 “월지 동편에서 규모가 큰 건물터 흔적이 발견됐고, 통일신라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왕족이 썼을 법한) 수세식 화장실 유적이 처음으로 확인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월지 동편은 태자를 위해 조성한 별도 공간으로 추정된다.

연구소 측은 월지의 동쪽 즉, Ⅱ-나 지구로 분류된 일대에서 복도식 건물에 둘러싸인 건물과 넓은 마당 시설, 정원 안에 있는 연못(園池·원지) 흔적을 찾아냈다.

현재 남아있는 유구(遺構·옛날 토목건축의 구조를 알 수 있는 자취)를 고려하면 중심 건물은 정면 5칸(약 25m), 측면 4칸(약 21.9m) 규모로 보인다.

‘진짜 동궁’이 발견됨에 따라 출토 위치가 동궁의 북쪽 생활공간으로 확인된 상아 주사위(2017), 선각단화쌍조문금박(2022)의 특수성도 재조명됐다.

동궁의 진짜 위치를 찾아내면서 향후 유적 정비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일대는 과거 기러기와 오리가 날아드는 연못이라는 의미의 ‘안압지’(雁鴨池)라는 명칭으로 잘 알려졌으나, 2011년에 ‘경주 동궁과 월지’로 명칭이 변경된 바 있다.

발굴 조사 자문에 참여한 주보돈 경북대 명예교수는 “그간의 조사 성과를 토대로 ‘왕궁과 월지’, ‘동궁’ 등으로 문화유산 정보도 명확하게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지난해 10월 의례 제물로 바쳐진 개를 공개한 이후 12월까지 진행된 추가 조사에서 개 한 마리를 더 확인했으며, 그 주변에서 수정 목걸이가 담긴 나무상자와 둥근고리칼, 상어 이빨과 함께 1천200여 알이나 되는 콩들도 더 발굴했다고 밝혔다.

두 마리의 개가 발견된 곳은 서남쪽의 취락, 즉 마을의 가장자리로 추정된다.

이 일대는 하천에 접해 있는 연약한 지반에 모래층이 쌓여 있었으나 3세기 전∼중엽에 취락을 조성하기 위해 흙을 다지고 땅을 평탄하게 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개 뼈와 각종 유물이 나온 일대는 직경이 약 6m에 이르는 원형 구조다. 두 마리 개는 마치 대칭을 이루듯 왼쪽과 오른쪽에서 각각 발견됐다. 이번에 발견된 개의 크기는 약 46㎝로, 지난해 발견된 개(60㎝)보다 작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강한 힘으로 눌러 죽인 듯한 모습으로 발견됐으며 다리뼈를 정연하게 모으고 있다. 두 마리를 대칭적으로 둔 점이 독특하다”고 설명했다.

안영준기자 ayj1400@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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