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누군가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괴수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고질라를 꼽을 것이다. 1954년 처음 개봉한 영화에 등장한 이 괴수는 70년이라는 세월 동안 일본에서 수많은 시리즈가 등장하였으며 여러 대중매체에서 직접 또는 오마주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또한 할리우드에서 판권을 구매하여 ‘몬스터버스’라는 세계관을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고질라는 물론 실존한 생물은 아니다. 하지만 공룡을 보면 이 고질라의 이름에서 따온 학명을 가진 공룡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고질라에서 이름을 얻은 공룡 고지라사우루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한다.
고질라 공룡의 첫 발견
이름과는 달리 고지라사우루스는 일본에서 살았거나 발견된 공룡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일까.
고지라사우루스의 화석은 미국 뉴멕시코에서 발견되었다. 뉴멕시코의 퀘이 카운티(Quay County)에서 오른쪽 견갑골, 오른쪽 치골, 왼쪽 경골, 왼쪽 5번째 발바닥뼈 및 4개의 척추뼈와 신경궁, 늑골 파편, 그리고 복늑골(복부 부분에 위치한 늑골. 사람에게는 없는 뼈다.)과 이빨이 하나 발견되었다. 이 화석은 콜로라도 볼더에 있는 콜로라도 대학교 자연사 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원래 이 공룡의 표본은 화석이 발견된 지층인 불 캐논층(Bull Canyon Formation)의 층서연대인 레불레티안(Revueltian)시기-2억1600만 년 전 즈음-의 이름에서 따온 레불토랍토르 루카시(Revueltora ptor lucasi)라는 이름이 붙여질 뻔하였다. 그러나 처음 이 이름을 넣었던 논문이 저널에 출간되지는 않아 학계에서 정식 학명으로 인정받지는 않게 되었다.
1997년에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 캠퍼스 소속 케네스 카펜터 박사(Kenneth Carpenter)는 이 공룡의 표본을 다시 연구하여 신종으로 결론 내리고 고지라사우루스 콰이(Gojirasaurus quayi)로 이름을 지은 논문을 출간하였다. 케네스 카펜터 박사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고질라 시리즈의 팬이기도 하다. 거기에다가 또 다른 이유로 고질라의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그 이유란 무엇이었을까.
거대한 크기
고지라사우루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면 거대한 크기가 있다. 이 공룡은 공룡시대 초창기 시기에 지구상에 등장하였다. 이 시기에는 공룡들의 몸집도 그리 크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으며 특히 육식공룡의 경우에는 확실히 후대에 등장한 공룡보다 훨씬 몸집이 작았다. 그런데 고지라사우루스는 다른 육식공룡보다 몸집이 훨씬 더 컸던 것이다. 이 공룡은 몸집이 5미터에서 6미터 정도 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체중은 150에서 190킬로그램인 것으로 측정되었다. 이는 코엘로피시스나 에오랍토르와 같은 초창기 공룡들보다 훨씬 더 거대한 몸집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카펜터 박사가 연구에 사용하였던 고지라사우루스의 표본에서 골반과 발목의 형태를 보고 연구에 사용된 표본은 다 큰 개체가 아니라 아직 어린 개체였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후에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도 이 공룡을 명명하는 연구에서 활용된 화석 표본이 어린 개체라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는 다시 말해서 이 공룡이 다 자랐다면 몸집이 훨씬 더 컸을 것이란 뜻이다.
고지라사우루스는 여러 공룡 및 생물과 공존하였다. 아쉬운 점이라면 대부분의 화석이 파편으로만 발견되어서 정확한 종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나마 확인할 수 있는 화석으로만 보자면 이 공룡은 여러 초창기 공룡 및 악어의 친척과 도마뱀의 친척 등 여러 파충류와 함께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 이 공룡은 그 파충류들 사이에서 거대한 몸으로 당시 생태계를 지배하였을 것이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Gojirasaurus
Carpenter, K. (1997). A giant coelophysoid (Ceratosauria) theropod from the Upper Triassic of New Mexico, USA. Neues Jahrbuch für Geologie und Paläontologie-Abhandlungen, 189-208.
Griffin, C. T. (2019). Large neotheropods from the Upper Triassic of North America and the early evolution of large theropod body sizes. Journal of Paleontology, 93(5), 1010-1030.
Griffin, C. T., & Nesbitt, S. J. (2020). Does the maximum body size of theropods increase across the Triassic–Jurassic boundary? Integrating ontogeny, phylogeny, and body size. The Anatomical Record, 303(4), 1158-1169.
이수빈 화석 연구가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화석이 말하는 것들>(에이도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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