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3대 강국’ 가려면 데이터 규제 정비해야

2025-08-12

인공지능(AI)을 둘러싸고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AI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술·인재·인프라 등과 함께 대량의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는 AI의 원재료이자 AI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AI 기술·인프라·인재 분야에서 미국·중국 등 주요국에 뒤처져 있는데, 개인정보와 공공데이터 등에 대한 엄격한 규제 때문에 데이터 활용도 어려운 상황이다. 데이터 활용을 위한 규제 개혁이 시급한데, 아래 네 가지 이슈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원본 데이터 활용 특례 조항 마련

AI의 데이터 학습 가능하게 하되

저작권 보장, 데이터 출처 명시를

첫째, 전자·통신·플랫폼 등 민간기업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당초 수집 목적과 다른 AI 개발을 위한 개인정보 이용은 추가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별도의 정당화 요건이 필요하다. 이에 해당하는 것이 법 제15조 제1항 제6호의 ‘정당한 이익’ 요건이다. 즉,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 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다. 여기서 ‘명백성 요건’이 엄격해 이 조항을 적용하기 어려우므로 삭제가 필요하다.

나아가 AI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원본 데이터를 동의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즉, 적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는 ‘공공의 이익 증진’과 ‘정보 주체 또는 제삼자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AI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등 사회적 이익 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받는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특례 조항을 담아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둘째, 언론사의 뉴스 기사 등 공개된 데이터에 관한 것이다. 공개된 데이터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저작권이 설정돼 있거나 개인정보인 경우에는 저작권자나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AI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경우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이 어려운데, 만약 동의를 강제한다면 사실상 AI의 데이터 학습은 불가능하다. 저작권의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고, 저작권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데이터 출처를 명시하는 것을 요건으로 정부가 저작물 학습 및 보상 기준 등에 대한 입법을 검토해 AI의 데이터 이용을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의 경우 개인정보보호위는 정당한 이익으로 가능하다고 하나, 명백성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공공데이터 개방과 데이터 거래 활성화다. 의료·교육·조세·판결 등 공공데이터는 대량의 고품질 데이터이지만 공공목적이나 개인정보를 이유로 개방이 제한돼 있다. AI 개발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개별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데이터산업법이나 AI 기본법에 일괄적으로 예외를 둘 수도 있다.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이 거래를 통해 데이터를 구매해 AI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데이터 권리 획정, 가치평가 및 품질 인증, 거래 플랫폼 구축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

넷째, 위에 제시한 법 개정이 당장 어렵다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자.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인 규제샌드박스는 이미 정보통신·산업융합·금융 등에 도입됐으나, 데이터와 AI 분야의 경우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별도의 규제샌드박스를 데이터산업법이나 AI 기본법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데이터 관련 사후 규제 중심이고, 중국은 규제가 아예 없다. 그런데 한국은 권리 중심의 EU 모델을 따라 개인정보와 AI 규제를 도입해 디지털과 AI 분야 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미·중에 이에 ‘AI 3대 강국’이 되겠다는 이재명 정부가 데이터 규제는 미·중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지 자문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개인정보와 데이터에 대해 자율규제와 사후규제 방식으로 전환하고 사전규제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미국이 도입하고 있는 징벌적 배상과 집단소송 등의 사후규제가 기업의 책임의식을 키우고 개인정보 보호에 더 효과적이란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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