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소버린 데이터'도 중요하다

2025-08-13

“한 곳도 없다고요?” 지난달 방문한 강원도 춘천시의 더존비즈온 개인정보 이노베이션 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가명정보의 안전한 활용을 위해 야심 차게 설립한 이곳을 방문한 기자들은 “정말 이용 중인 기업·기관이 한 곳도 없느냐”고 되물어야 했다. 지난해 12월 말 정식 운영을 시작한 후 반 년이 지나도록 활용 사례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다 보니 점차 납득이 됐다. 개인정보 이노베이션 존에서 이름·생년월일·특징 등 개인정보가 들어간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개발에 사용되는 가명정보로 바꾸기 위해서는 꽤나 번거로운 절차들이 필요했다. 우선 서울로부터 72㎞ 떨어진 이곳까지 방문해야 한다.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개인정보 이노베이션 존을 방문하더라도 후속 과정이 쉽지 않다. 개인정보 이노베이션 존은 ‘아무 것도 믿지 않는다’는 제로트러스트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인터넷 접속도 불가능하고 테더링 사용도 차단돼 있다. 가명정보를 분석하기 위한 소프트웨어(SW) 반입을 위해서는 별도의 심의도 필요하다.

국내 AI 업계에서 “한국에서는 딥시크처럼 세계를 놀라게 할 AI가 나올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한계 때문이다. 데이터는 AI 학습·추론에 필수적이어서 ‘AI 시대의 원유’로 불린다. 데이터 확보를 위해 전 세계에서 패권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미국·중국과는 다르게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를 이유로, 혹은 다른 규제들로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이 막혀 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조사한 ‘2024 데이터 산업 현황’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39.1%는 “쓸 만한 양질의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풍부한 정보가 담긴 공공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지만 활용까지 절차가 까다로워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이다.

개인정보위도 이와 같은 한계들을 인식하고 현존하는 규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 이노베이션 존에 클라우드 등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전 세계의 쟁쟁한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대표 AI’와 같은 소버린 AI 정책만큼이나 ‘소버린 데이터’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