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전라남도는 2024년 말 기준, 친환경 농산물 인증 면적(유기·무농약)이 전국의 절반을 차지하며, 유기농산물만 놓고 보면 전국 생산의 60%를 담당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지역이 전남이지만, 그것이 곧바로 농민의 소득 증대와 소비자 구매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므로 생산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재배 → 유통 → 소비가 연결되는 신뢰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친환경농업은 시장에서 ‘가치’가 아닌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이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가 대만이다. 대만은 친환경 농산물 정책을 단순한 농업기술이나 인증 제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생산–유통–급식이 하나로 이어지는 통합추적 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농산물은 더 이상 “안전하게 키운 식재료”에 그치지 않고, “정보가 부착된 투명한 식품”이라는 새로운 소비 가치를 획득했다. 대만의 친환경 체계는 생산 단계부터 체계화되어 있다. 국가형 농업표준 TGAP을 기반으로, TAP(Traceable Agricultural Products) 인증 제도가 운영된다.
TAP는 단순한 ‘친환경 인증’이 아니라, 생산·검사·포장·물류·판매 전 과정을 기록·관리하고 QR코드로 공개하는 제도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생산자, 재배 방식, 잔류농약 검사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다. 친환경 농산물 신뢰를 “홍보”가 아니라 “데이터”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 정보는 유통 단계에서 ‘4 Labels + 1 QR Code’로 시각화된다. 농산물 포장에는 ▲유기(Organic) ▲TAP(추적 가능) ▲CAS(품질 인증) ▲GAP(생산 표준) 네 가지 라벨이 표시되고 QR코드가 함께 붙는다. QR코드는 단순 표기가 아니라 생산 정보 데이터베이스로 연결되는 입구다. 소비자는 ‘모양이 좋아 보이는 농산물’이 아니라 ‘정보가 투명한 농산물’을 선택하고, 유통업체나 학교는 인증된 라벨만 확인하면 바로 조달이 가능하다.
이 시스템이 가장 활발히 작동하는 분야가 학교급식이다. 대만은 2017년 시범 도입을 시작해, 현재는 수천 개 학교가 TAP·유기 인증 식재료를 사용한다. 2022년에는 유기쌀 1,000톤 이상이 학교급식에 공급되었다. 학부모는 학교 식단표의 QR코드를 통해, 자녀가 먹는 쌀·채소·과일이 어느 지역 농가에서 어떻게 재배됐는지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친환경 농산물이 특정 계층의 ‘프리미엄 상품’이 아니라 공공 식생활의 기본값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생산과 유통까지는 많은 나라에서도 시도되지만, 대만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농약 규제 체계까지 통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만은 농약을 자유 구매 품목으로 두지 않는다. 특히 고독성 농약은 구매 자격·판매 기록·보관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며, 판매자도 사용 이력을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 의료용 약을 “처방전 없이 살 수 없는 것”과 유사한 관리 방식이지만, 그 본질은 농약을 ‘상품’이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정책적 관점에 있다. 친환경 농업을 “농민의 의식 개선”에만 의존하지 않고, 법·기록·데이터로 뒷받침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대만의 친환경 농산물 체계는 세 단계가 끊김 없이 연결된다. ① 생산 단계: 표준 재배·기록·검사, ② 유통 단계: 인증 라벨 + QR 정보 공개, ③ 소비 단계: 학교급식·공공조달로 연결이다. 이 구조는 생산자에게는 안정적 판로를, 소비자에게는 확인 가능한 식품 정보를, 정부에는 농업·환경·식생활 정책을 통합할 수 있는 행정 효과를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친환경 농업은 비용이 든다”라는 기존 인식을 “친환경 농업은 사회적 신뢰를 만든다”라는 방향으로 바꾸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만이 만든 것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다. ‘정보가 붙은 농산물’, 다시 말해 ‘신뢰가 유통되는 농업 시스템’이다. 친환경 농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재배기술이 아니라 투명한 정보 흐름과 책임의 공유이며, 생산과 소비가 신뢰로 연결될 때 비로소 친환경 농업은 사회적 자산이 된다.
전남은 친환경 농산물 생산 1위이지만, “생산량 1위 ≠ 소비 신뢰 1위”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제는 생산 중심을 넘어, 정보·유통·브랜드가 결합된 가치 환원 구조가 필요하다. 대만의 사례는 그 방향을 보여주는 유효한 참고점이다. 친환경 농산물이 ‘보조금의 대상’이 아니라 ‘선택받는 상품’이 될 수 있는 시스템, 이제 전남도는 그 답을 준비해야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2. 대만의 식물의사법 도입 순항.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2.11.28)
허북구. 2021. 대만, 농약 구매 실명제와 식물 의사 시스템 시행.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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