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통일교 전직 고위 관계자가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64)씨에게 청탁해 윤석열 정부에서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윤씨는 건진법사에게 수억 원대 금품을 건네고, 김건희 전 여사 선물용으로 수천만 원대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검찰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ODA 사업 수주를 위해 청탁한 것이 아닌지 살피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는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인 윤모(48)씨가 건진법사 전씨에게 건넨 금품이 통일교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과 관련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당시 여사를 인수위에서 만난 뒤 이같은 사업 추진하려 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통일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이 부족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했다. 같은 달 다른 행사에선 “통일 세계 위해선 재정 확보가 중요하다. 그 방식이 ODA”이라며 “윤 대통령을 만났을 때 얘기했고, 합의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고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에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되는 등 ODA 사업 수주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 여사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가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로부터 약 5개월 뒤인 2022년 11월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동남아 순방 과정에서 캄보디아 프놈펜을 방문했다. 이때 김 여사는 공식 프로그램 대신 현지 한국 정부 지원을 받은 헤브론 병원과 엉두엉 병원을 방문해 환자들과 한국인 의료진을 격려했다. 또 14세 심장병 환아 가정을 방문해 사진을 찍었는데, 과거 오드리 헵번의 소말리아 기아 아동 사진과 비슷해 연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검찰은 윤석열 정부 당시 통일교가 실제로 캄보디아 ODA 관련 사업에서 특혜를 받았는지 살피는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윤씨가 이듬해인 2023년 5월 통일교 행사에서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로 진행될 ‘메콩 피스 파크 프로젝트’는 이미 실체적 건립을 위한 대항해가 시작됐다”고 언급한 사실도 확인했다.
다만 윤씨가 같은 해 내부 갈등으로 세계본부장직에서 해임되면서 ODA 수주 및 본부 설립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만간 전씨 등을 다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통일교 관계자는 “윤씨가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2년 전에 통일교 업무를 그만뒀다”며 “구체적으로 캄보디아 ODA 관련 사업이 진전된 건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