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의원, 민정실 직원 만나
딸 부부 태국 이주 정보 전달
문 전 대통령이 ‘승인’ 주장
검찰은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며 “사건의 핵심은 문 전 대통령의 포괄적 권한 행사를 통한 정치·경제적 혜택을 기대한 이상직 전 의원이 자신이 지배한 항공업체 타이이스타젯을 통해 문 전 대통령 딸(문다혜씨) 부부의 태국 이주를 지원하는 특혜를 준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가 2018년 8월~2020년 4월 타이이스타젯에 재직하며 받은 월 800만원 상당 급여와 태국 주거비 등 2억1700만원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것과 4개월 뒤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상무로 채용된 것 사이에 대가성이 있다고 봤다.
검찰에 따르면 서씨 채용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이 전 의원이 공단 이사장이 된 직후다. 이 전 의원은 2018년 4월 청와대 방문 직후 타이이스타젯과 공단 직원들을 동원해 문 전 대통령 딸 가족이 생활할 태국 주거지, 국제학교 등을 파악해 청와대 민정비서관 A씨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 B씨에게 전달했다.
문다혜씨 부부는 식당, 카페 등에서 A·B씨를 수차례 만나 친분이 없던 이 전 의원이 누구인지를 듣고 이 전 의원이 준비한 태국 현지 정보 등을 전달받았다. 이를 근거로 문씨 부부가 당시 아무런 연고가 없던 태국 이주를 결정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A·B씨의 개입을 문 전 대통령이 서씨 특혜채용에 전반적으로 관여한 근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문다혜씨 가족이 채용 절차가 진행되기도 전에 태국 현지를 답사했고, 이 전 의원을 통해 소개받은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났다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도 이를 모두 알고 승인한 것으로 검찰은 봤다. 검찰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처는 2018년 6월쯤 문씨 가족의 태국 이주와 서씨의 취업을 전제로 한 문씨 가족의 현지 경호계획을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승인을 받았다.
검찰은 문씨 가족의 생계 문제를 특혜채용이 이뤄진 배경으로 들었다. 서씨가 2018년 2월쯤 한 게임회사에서 퇴사한 뒤 이들 가족은 소득이 없어졌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부부 간 불화가 생기자 문 전 대통령이 생계를 지원해주려 했다는 것이다. 문씨와 서씨는 2021년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대통령비서실의 ‘부당 지원’ 아래 공단 이사장이 됐다고 봤다. 이후 공단 경영, 2년 뒤 예정됐던 차기 총선 출마를 위한 면직, 북한 전세기 취항 신사업 추진 등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바라고 특혜채용을 뇌물로 제공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서씨가 항공업계 실무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임원으로 채용됐고, 당시 타이이스타젯이 긴축 재정을 폈으며, 서씨가 e메일 수·발신 등 단순 보조 업무만 수행하거나 자주 업무를 비운 점 등을 특혜채용의 근거로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