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4일 미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는 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가 생명체가 살 만한 환경을 갖췄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우주선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를 발사했다. 우주선은 앞으로 5년 반 동안 태양계를 가로 지르며 총 29억km를 날아간다. 하지만 성베드로 성당의 돔이 우주라면 지구와 유로파 간의 거리는 그 돔을 떠도는 가장 가까이 있는 두 먼지 사이의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137억 년 정도의 나이를 가진 우주는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우주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는 주장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뉴욕 헌터 대학의 에드워드 타이론 교수였다. 그 이유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모든 별과 은하, 그리고 행성은 회전운동을 하는 반면에, 정작 우주가 회전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우주가 무에서 창조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공은 회전하지 않으므로, 진공으로부터 탄생한 우주는 회전운동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1920년대에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로스앤젤레스 윌슨 천문대에서 천체를 관측한 후, 모든 은하가 빠른 속도로 서로 멀어져가는 ‘팽창하는 우주’ 이론을 발표하여 빅뱅이론(Big Bang)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그 후로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점점 빠르게 팽창하면서 차갑게 식어 모든 생명체가 사라져버리는 ‘거대한 동결’의 시점에 이르게 된다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타이론 교수의 ‘무에서 탄생한 우주’와 허블의 ‘팽창하는 우주’를 생각해 보면,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창조된 후 끝없이 팽창하다가 결국엔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이런 찰나의 삶 속에서 여전히 소유에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시각은 달랐다. 그들은 소유에 집착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큰 약점이라고 믿었다. 백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내준 땅을 자기들 소유라고 주장하며 울타리를 만들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원주민 추장은 백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소유라고 부르는 그것이 무엇인가? 땅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다. 땅은 우리의 어머니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자식들인 동물과 새, 물고기, 그리고 모든 인간을 먹여 살린다. 숲과 강물 등 땅 위에 있는 것들은 모두에게 속한 것이며, 누구나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 어떻게 한 인간이 그것들을 오직 자신의 것이라고만 주장할 수 있는가?”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필요한 것 이상 갖는 것을 죄악이라 여겼으며, 인간의 필요에 따라 환경을 바꾸기보다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분임을 깨닫고 그 질서에 순응하는 길을 선택했다.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에서는 ‘원하다’라는 단어와 ‘필요하다’라는 단어가 같다고 한다. 어떤 것을 원한다면,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요하지도 않은데 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여겼다.
그렇다면 소유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끝없이 팽창하다 결국엔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동결’의 시점으로 돌아가는 우주 속에서 나의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1000억개의 별을 거느린 은하계가 또 다른 1000억 개의 은하계들과 함께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 속의 나. 그것은 우주를 떠도는 하나의 미세한 먼지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찰나의 삶을 살아갈 때, 과연 무엇을 영구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소유의 개념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