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철강株가 살아났다

2025-03-02

오래 만에 웃었다. 필자는 주식에 관심이 없다. 투자에는 아예 젬병이다. 하지만 우연한 술자리에서 주식에 일가견이 있는 지인이 투자를 권했다. 콕 집어 우량주라며 모 회사 주식을 추천했다. 평소 그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철강주였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소액 투자를 했다. 그 당시 철강 경기는 나쁘지 않았다. 주가도 출렁이지 않고 안정적이었다. 지인은 잘 나가는 주식은 금방 매도하지 말고 묵혀두는 것이 수익이 많이 남는다고 조언했다. 그 조언이 이 웬지 신뢰가 갔다. 그래서 믿고 따랐다.

갑자기 변수 출현은 충격이었다. 주가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섬광처럼 빨랐다. 속절없이 하락한 것은 트럼프 등장 때문이었다. 그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대통령 취임과 함께 공언했다. 그 공언이 구체화되면서 글로벌 철강 생태계는 크게 요동쳤다. 덩달아 주가도 출렁거렸다. 국내 주가도 예외일 수 없었다. 순간 ‘잘 나갈 때 팔아버릴 것’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주가가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떨어지니까 온통 신경이 쓰였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다 결국 포기하고 까마득히 잊었다. 트럼프 1기 때였다.

트럼프 2기와 함께 다시 1기 때 악몽이 데자뷔 됐다. 그가 취임하면서 또다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표했다. 그러자 미국의 철강주가 일제히 급등하며 뉴욕증시는 랠리(단기간에 주식이 크게 오르는 현상)를 거듭했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철강회사 클리프스, 뉴코어, US스틸 주가가 급등했다. 알루미늄 생산업체 알코아도 이에 동참했다. 자국 업체가 보호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흔든 것이다. 이 상황이 너무 부러웠다. 반면 국내 철강주는 곤두박질쳤다.

주식은 순간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변수가 많다. 분초를 다투기에 무엇보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장시간 관심을 두지 못하는 개미 투자자에게 불리하다. 큰 시장 변화만을 보며 매수와 매도를 결정하는 이유다. 트럼프 2기 출현으로 국내 철강 주들이 하락곡선을 그렸다. 투자가들의 동굴처럼 깊은 한숨도 끊이지 않았다. 철강 경기도 좋을 리 없었다. 이에 철강 주 매수를 꺼리는 것은 당연했다. 추천주가 아니니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철강 사들 가치도 동반 하락하는 암울한 상황이 지속됐다.

최근 오랜만에 웃은 이유가 있다. 미국 철강주가 상승곡선을 그린 것처럼 국내 철강주에도 웃을 일이 찾아왔다. 이것이 일시적 일지 아니면 영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철강 산업에 ‘나비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는 헛된 꿈이 아니라고 믿는다. 일단 흐름이 좋다.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철강주가 상승 바람을 탔다. 필자가 웃은 이유는 이중 잊은 듯이 묵혀 두었던 주식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 살 때보다 어림도 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희망의 단초(端初)가 제공된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실로 오래 만의 상승이다. 모 회사 주가는 19개월 만에 최대 상승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해당 회사들의 올해 영업이익이 13∼31%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산 저가 후판에 38%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가정에서 나온 분석이다. 그동안 싸구려 중국산으로 국내 업체들은 심한 몸살을 알았다. 특히 조선용 후판 수입이 급증하며 국산 가격이 맥을 추지 못했다. 가격 협상에도 힘없이 끌려 다녔다. 이러한 시장이 정상화 계기를 마련한 것은 고무적이다. 덤으로 찾아온 주가 상승도 고맙다.

반덤핑 관세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최종 결정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반덤핑관세 부과는 ‘K-철강’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었다. 이것을 계기로 우리도 빗장을 굳게 잠글 필요성이 더욱 확실해졌다. 그동안 국내 철강 시장은 자동문이었다. 누구나 건들면 열리고 왕래가 자유로웠다. 보호 장치가 너무 미비했다. 물론 국제 간 무역에는 주고받는 변수가 존재한다. 늘 철강이 타 산업을 위한 희생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죽게 생겼는데 타 산업 사정까지 봐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철강과 비철금속 산업에도 과감한 보호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 특히 ‘산업의 쌀’인 철강이 죽으면 타 산업도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정부도 이 같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후판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것으로 안다. 이제야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투자가들이 철강주 매수를 주저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업계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 후판처럼 한 업체가 홀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안 된다. 똘똘 뭉쳐야 더욱 쉬워진다. 그래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