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7월 개막하는 2025 여자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잉글랜드 여자축구대표팀 일부 선수들이 소셜미디어(SNS)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들은 경기력과 무관한 무분별한 비난, 조롱, 심지어 도박 관련 협박까지 받는 현실 속에서 정신 건강과 경기 집중을 위한 자구책으로 SNS 차단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아스널 소속 공격수 알레시아 루소는 18일 BBC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나도 SNS를 많이 봤고, 그 안에서 길을 잃기도 했다”며 “하지만 월드컵 때는 SNS를 완전히 끊었고, 인스타그램도 다른 사람이 대신 운영했다. 나에게 중요한 의견은 팀 동료, 코치, 가족뿐”이라고 밝혔다.
루소는 “첫 번째 유로 대회 때는 틈날 때마다 댓글을 보고, 피드도 계속 훑어보곤 했다.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면 진짜 함정에 빠진다”며 “이번 유로 대회에서도 SNS 차단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첼시 스타 공격수 로런 제임스도 같은 맥락의 발언을 내놨다. 제임스는 “온라인에서의 악플은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무시하는 법을 배웠지만, 처음 겪는 사람에겐 정신적으로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3세인 제임스는 “나도 가끔은 SNS를 하고, 또 안 하기도 한다”며 “악플은 경기력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경우도 많다. 내가 실제 경기에서 못했거나 잘했든 상관없이 비디오 게임 속 내 캐릭터가 골을 넣지 못했다고 나를 욕한다”고 분노했다.
대표팀 선수들의 이런 발언은 최근 잉글랜드 테니스 선수 케이티 볼터가 프랑스오픈 출전 당시 받은 온라인 협박과 살해 위협을 공개한 이후 나왔다. 볼터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협박성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년간 온라인 스포츠 도박의 확산이 선수에 대한 악성 메시지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39개 주에서 스포츠 도박이 합법화됐고, 이에 따라 경기에 ‘돈을 잃은’ 팬들이 선수나 심판을 상대로 비방, 모욕, 위협을 퍼붓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3관왕 올림픽 육상 선수 개비 토머스도 이달 초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대회에서 한 성인 남성으로부터 도박과 관련된 희롱을 받았고, 해당 남성은 이후 자신의 행위를 SNS에 자랑처럼 올리며 또 다른 내기를 해 논란이 됐다.
미국대학체육협회(NCAA)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 스포츠 챔피언십 기간 동안 전체 악성 메시지의 12%가 도박과 직접 관련돼 있었으며, 남녀 농구 경기에서는 도박 연관 욕설과 살해 협박 540건 이상이 선수와 심판에게 전달됐다. CNN은 “잉글랜드 여자대표팀은 유로 2025 대회에서 유럽 챔피언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며 “동시에 이들은 경기장 밖에서 소셜미디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더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