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장쑤성 옌청(鹽城)은 소금으로 태어나 바다로 성장한 도시다. 올해 이곳에서는 장쑤성 정부, 자연자원부, 국가임업초원국이 공동 주최하는 2025 글로벌 연안 포럼이 열린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아름다운 연안: 생태 우선, 녹색 발전”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이야기하고 연안 생태 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 교류와 협력의 장이 될 전망이다.
옌청은 장쑤성 정부가 지정한 녹색·저탄소 발전 시범구다. 독특한 생태 조건과 풍부한 녹색 에너지, 높은 탄소 흡수 잠재력을 바탕으로 최근 몇 년간 저탄소 전환을 적극 추진해왔다. 그 결과 국가 탄소피크 시범 도시로 선정됐고 디지털·녹색 융합 전환 종합 시범 도시에도 포함됐다.
생태 강점을 심화해 살기 좋은 도시로

중국 동부 황해 연안에 자리한 옌청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국제 습지 도시’라는 두 개의 타이틀을 갖고 있다. ‘동양의 습지 수도’, ‘두루미와 미록의 고향’으로 불리며 생태 도시로서 국제적 위상을 강화해왔다.
옌청은 현재 한국 남원, 제천, 광주광역시를 포함한 13개 도시와 자매·우호 교류 관계를 맺고 있다. 2017년에는 국무원이 정식 비준해 중한(옌청) 산업단지가 설립됐으며 이를 통해 한·중 협력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 마련됐다. 이곳에는 기아를 비롯한 여러 한국 기업이 입주했다. 옌청은 관광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서양다오(射暘島) 골프장은 한국 SNS에서 추천 1위 골프장으로 꼽힌 바 있다.

가을철, 황해 습지 세계자연유산 핵심 지역에 위치한 탸오쯔니(條子泥) 습지에는 도요·물떼새류 철새의 ‘선발대’가 속속 도착한다. 이곳은 동아시아–호주 철새 이동 경로의 중심 노드이자 핵심 지역으로 매년 수백만 마리의 철새가 중간 기착지로 이용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옌청 둥타이(東台) 탸오쯔니 습지는 철새들에게 ‘주유소’ 역할을 하며 푸른 하늘과 맑은 물 위로 수많은 철새가 날아드는 장관이 펼쳐진다.
올해 CCTV 춘절 특집 무대에서는 옌청 황해 습지가 영상으로 소개되며 중국 전역에 생태 도시의 이미지를 전했다.
옌청의 ‘녹색’은 자연의 선물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지혜가 빚어낸 결실이다. 황해 습지의 ‘조석삼림(潮汐森林)’, 다펑 미록 보호구역의 ‘사불상(四不像, 사슴과에 딸린 동물)’ 무리, 두루미 월동지의 ‘인간–두루미 공존’은 생태 문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관광객들은 탸오쯔니 습지에서 넓적부리도요의 이동을 관찰하고, 네덜란드 꽃해변에서 튤립과 풍차를 즐긴다. 옌청의 녹색 생태는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지속 가능한 발전의 생생한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옌청의 가장 뚜렷한 산업적 특징은 ‘녹색 제조’다. 장쑤성에서 가장 긴 해안선과 가장 넓은 해역을 보유한 옌청은 세계적으로 개발 가치가 높은 해상 풍력 단지 중 하나다. 황해 1호 도로를 따라 늘어선 거대한 풍력 터빈과 광활한 태양광 패널은 도시의 새로운 풍경이 됐다.

옌청은 풍력 산업에서 “연구 설계 – 장비 제조 – 자원 개발 – 운영 유지보수 서비스”를 아우르는 전 산업 사슬을 구축했다. 풍력발전기, 블레이드, 타워, 자켓 구조물, 해저 케이블, 기어박스 등 전 분야를 포괄하며 진펑테크놀로지(金風科技), 위안징에너지(遠景能源), 상하이전기(上海電氣) 같은 풍력 완성품 기업과 중처전기(中車電機), 중차이테크놀로지(中材科技) 등 핵심 부품 기업들이 모여 있다.
태양광 분야도 실리콘 웨이퍼, 전지, 모듈, 부자재, 스마트 장비 등 주요 영역을 포괄하는 완비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아터스(阿特斯), 징아오(晶澳), 퉁웨이(通威) 등 업계 상위 기업과 다수의 관련 기업이 옌청에 진출해 있다.
옌청 빈하이항(濱海港)에 위치한 ‘그린에너지항’ 프로젝트 현장에는 거대한 흰색 LNG 저장탱크 10기가 늘어서 있다. 총 저장 용량은 250만㎥에 달하며 연간 처리 능력은 600만 톤 규모다. 이 프로젝트는 옌청의 녹색·고품질 발전을 견인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또한 옌청은 ‘그린에너지항’의 냉열 자원을 활용해 ‘녹색 전력+냉열’ 종합 활용 시범구를 조성 중이다. LNG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극저온·중저온·저온 자원을 활용해 산업 체인을 구축하고 동결건조 과일·채소, 냉수성 어류 양식, 콜드체인 물류, 빙설 관광, 해양 컴퓨팅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옌청의 탄소중립 산업단지

옌청은 저탄소 전환의 선도 도시로서 탄소중립 산업단지 건설을 앞장서 추진하며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탄소중립 산업단지는 청정에너지 전환과 효율적 이용, 자원 순환, 도시 건설·교통의 녹색 전환, 탄소 포집·활용 등을 통해 단지 내 이산화탄소 배출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옌청시 발전개혁위원회 관계자는 “옌청은 탄소중립 산업단지 건설에 구체적인 방안과 계획, 그리고 장기적 비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다펑항(大豐港), 빈하이항, 서양항(射暘港) 세 곳에 각각 탄소중립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으며 각 단지는 ‘녹색 전력+수소’, ‘녹색 전력+냉열’, ‘녹색 전력+신형 전력 시스템’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발전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그는 또 “우리는 자원 조건을 기반으로 시범 기회를 선점해 탄소중립 산업단지를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다”면서 “현지 녹색 전력의 활용, 녹색 산업 사슬 강화, 저탄소 신기술 혁신, 녹색 서비스 체계 최적화를 통해 생산과 에너지 소비 방식을 전환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녹색 생산력을 발전시켜 새로운 성장 동력의 저탄소 전환 선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