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배상’ 국제기구 설립···기금 마련은 ‘불투명’

2025-12-17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서두르는 가운데,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가 입은 전쟁 피해를 배상하기 위한 국제기구가 설립된다. 다만 러시아에 배상금 지급을 강제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배상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 35개국 대표는 1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유럽평의회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를 위한 국제청구위원회’ 창설에 합의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전쟁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 지급 규모를 비롯해 전쟁 배상 청구를 심사·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위원회 설립은 유럽평의회가 2023년 구축한 ‘피해배상 청구 등록부’의 후속 조치다. 등록부에는 현재까지 개인·단체로부터 8만 건이 넘는 피해배상 청구가 접수됐다.

알랭 베르세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은 다음 단계인 배상 기금 설립은 “약 12~18개월 내 이뤄질 것”이라며 “일단 기금이 운용되고, 청구가 이뤄지면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국제청구위원회 본부는 헤이그에 자리할 것이라며 “평화가 달성된 후 정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지금 여기, 헤이그에서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 기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AFP통신은 짚었다. 유럽은 러시아가 배상금 지급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나, 현실적으로 강제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은 애초 유럽에 묶인 2000억유로(약 342조원) 규모의 러시아 동결 자산을 일부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동결 자산 활용 방안을 두고 EU 회원국 간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EU는 당장 오는 18~19일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무이자 ‘배상 대출’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매듭짓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벨기에 등의 반대로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 동결 자산을 대부분 관리하는 벨기에는 러시아의 보복, 법적 분쟁 등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유지해왔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실제로 지난 12일 벨기에 중앙예탁기관인 유로클리어를 상대로 약 2300억달러(약 337조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벨기에가 러시아로부터 법적 소송 등 보복 조치를 당할 때 최대 2100억유로(약 364조원)의 지원을 보장하는 등 여러 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벨기에는 이런 제안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불가리아, 체코, 몰타도 벨기에 편에 서면서,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평화를 위한 진정한 길은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러시아에 (종전 협상) 타결을 압박하고, 살상을 멈추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세상에는 ‘침략자는 배상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는 것을 러시아가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미국과 협의안 종전안이 “완벽하진 않지만 실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도 말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집단방위 조항과 유사한 수준의 안전 보장을 제안하며 ‘크리스마스 휴전’을 목표로 종전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협상단은 전날 우크라이나와 협의한 종전안을 조만간 러시아 측에 전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숨 쉴 틈을 제공하고, 전쟁을 지속하도록 준비하게 하는 휴전은 원치 않는다”고 밝혀, 연내 종전 협상 타결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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