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역주택조합의 실태를 특별점검한 결과, 절반 가량이 시공사의 근거 없는 공사비 증액 요구로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11일∼8월22일 공정거래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지방자치단체·한국부동산원·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합동으로 8개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을 특별점검한 결과 과도한 공사비 증액 요구·불공정한 계약 등이 확인됐다고 10일 밝혔다.
특별점검 대상인 8개 조합 중 절반인 4곳에서는 도급계약서 상 명시적인 사유가 없음에도 시공사가 불합리한 증액을 요구해 조합원에 부담을 더한 사례가 확인됐다.
일례로 A조합의 시공을 맡은 건설사는 입찰 과정에서 저렴한 공사비를 제시하고 주된 공정을 누락한 도급 계약을 맺은 후, 막상 시공를 시작하자 설계 변경이 필요하다며 934억원의 증액을 요구했다. 결국 조합은 협상을 통해 474억원의 증액을 의결했다. 그러나 점검 결과 계약서에 증액 사유로 제시된 물가 상승·건설 환경 변화는 타당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동점검단은 공사비 분쟁이 벌어진 이들 4개 사업장 조합이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적극 조정신청을 하도록 권고하고, 시공사에도 조정 과정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조합원에게 불리한 불공정 계약은 8개 조합에서 모두 발견됐다. 조합 탈퇴 시 이미 납부한 업무대행비를 일절 환불하지 않도록 하는 가입계약서, 계약 내용과 관련해 소송이 발생할 경우 시공사가 지정한 법원으로 관할권을 설정하도록 한 도급계약서 등이 대표적이다.
특별점검과 함께 진행된 지방자치단체 전수 실태점검(6월26일∼8월22일)에서는 전체 618개 조합 중 396곳에 대한 점검을 완료했고, 이 가운데 252개 조합에서 법령 위반 등 641건을 적발했다.
사업 진행 상황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공개를 지연한 사례가 197건(30.7%)으로 가장 많았고 가입 계약서 작성 부적정(52건), 허위·과장광고 모집(33건) 등도 확인됐다. 적발된 사항 중 506건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과태료 등 행정처분이 진행 중이며, 위법 정도가 심각한 70건은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지역주택조합 부실화를 막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도울 종합적 제도 개선 방안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