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인도네시아산 목재인 ‘메란티 다운 르바르’(Meranti Daun Lebar)가 관세율표상 ‘특정 열대산 목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놓고 수입업체와 세관이 분쟁을 벌였다.
업체는 2019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합판(두께 6~10mm)을 8차례 수입했다. 합판은 겉면에 ‘메란티 다운 르바르’ 수종의 목재를 사용한 제품이다. 해당 수종은 열대우림 지역에 자라는 단단한 목재로 내구성과 강도가 좋아 합판 표면재나 가구, 건축자재 등으로 널리 활용된다.
최초 수입신고 당시 업체는 이를 ‘HSK 4412.31-4019호’(기타 열대산 목재)로 분류해 한-아세안 FTA 협정관세율 5%를 적용받았다. 세관도 당시 해당 신고를 그대로 수리했다.
그러나 세관은 사후 심사 과정에서 ‘메란티 다운 르바르’가 관세율표 제44류 국내주 1호에 열거된 88종의 ‘특정 열대산 목재’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세관은 쟁점 합판의 품목번호를 ‘HSK 4412.31-4011호’(특정 열대산 목재, 기본관세율 8%) 등으로 변경 분류하고,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추가 부과했다. 업체는 이에 불복해 2023년 10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 업체 “수종 목록에 없어… 협정관세 5% 적용해야”
업체는 ‘메란티 다운 르바르’가 관세율표상 특정 열대산 목재 목록에 명시되지 않은 만큼 ‘기타 열대산 목재’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된 목재명이 88개 열대산 목재 목록에 없기 때문에 당연히 한-아세안 FTA 협정세율 5%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업체는 “수입 당시 원산지증명서를 제출해 협정관세 적용을 신청했고 세관도 이를 심사해 승인했다”면서 최초 신고가 정당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서 진행된 유사 사건에서 세관의 목재 분석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던 점도 지적했다.
해당 사건에서 세관은 당초 메란티 다운 르바르를 목록상 표준명인 ‘메란티 바카우’에 해당한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다크 레드 메란티’로 의견을 바꾸는 등 처분 사유가 혼란스러웠다는 것이다.
업체는 이처럼 세관이 쟁점 목재의 정확한 학명과 근거를 특정하지 못한 채 협정관세를 배제한 것은 부당하며 결국 해당 합판에는 낮은 협정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 세관 “학명상 쇼레아속 목재… 8% 기본관세 대상”
세관은 ‘메란티 다운 르바르’가 결국 쇼레아(Shorea)속에 속하는 열대 활엽수로서 특정 열대산 목재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세관은 열대산 목재의 상업명(지역별 통용 명칭)이 나라마다 달라 목록에 모두 적시될 수 없으므로 학명 등 과학적 분류를 통해 해당 목재가 목록에 포함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계관세기구(WCO)는 열대 목재 거래 관리 목적에서 HS분류에 특정 열대 목재 88종의 표준명과 대응 학명을 정해두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를 관세율표 국내주에 반영해 운영 중이다.
세관에 따르면 ‘메란티’는 말레이어로 쇼레아속 나무들을 일컫는 이름이다. ‘레드 메란티’나 ‘화이트 메란티’처럼 다양한 종류가 있다. ‘메란티 다운 르바르’ 역시 인도네시아에서 통용되는 쇼레아속 목재의 지역명일 뿐 그 실질은 표준명 ‘메란티 바카우’ 또는 ‘다크 레드 메란티’에 해당하는 같은 수종이라는 것이 세관의 주장이다.
세관은 인도네시아 산림당국의 문서와 현지 연구자료 등을 근거로 ‘메란티 다운 르바르’의 학명이 ‘쇼레아 울리기노사’(Shorea uliginosa) 종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종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메란티 바카우’로 불리며 국제 분류상 ‘다크 레드 메란티’ 목재군에 속한다.
세관은 또한 인도네시아 관세당국에 질의한 결과 “메란티 다운 르바르와 메란티 바카우는 부르는 지역만 다를 뿐 동일한 수종”이라는 답변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메란티 다운 르바르 합판은 애초 협정관세 대상이 아니며 기본관세 8% 적용이 타당하다는 것이 세관의 판단이다.
◆ 조세심판원 “국내외 자료로 동일 수종 확인… 세관 처분 타당”
조세심판원은 ‘메란티 다운 르바르’가 실제로 관세율표상 특정 열대산 목재 중 하나와 동일한 수종이라는 점이 여러 자료로 입증된다고 판단했다. 인도네시아 산림연구기관의 보고서에서 ‘메란티 다운 르바르’를 ‘메란티 다크 레드’의 지역명으로 분류하고 있는 점, 국제 협력 프로젝트 보고서에서도 ‘메란티 다운 르바르’를 ‘레드 메란티’로 지칭하고 있는 점 등에 주목했다.
나아가 국제 목재단체의 자료에 ‘쇼레아 울리기노사’ 종이 인도네시아에서는 ‘메란티 다운 르바르’, 말레이시아에서는 ‘메란티 바카우’로 불리며 두 명칭이 같은 계열 목재를 가리킨다고 소개된 부분도 인정했다.
실제 세관이 진행한 국제검증 결과, 인도네시아 현지 지방정부와 관세당국 역시 ‘메란티 다운 르바르’를 ‘메란티 바카우’로 분류할 수 있다는 회신을 한 바 있다.
심판원은 이러한 자료와 정황을 종합할 때 인천세관이 쟁점 합판을 특정 열대목재로 보고 기본관세율을 적용해 과세한 처분에 잘못이 없다고 결정했다. 결국 업체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아 심판청구는 기각됐다.
[참고 심판례: 인천세관-조심-202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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