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 매출 13조원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가 미국과 유럽에서 엇갈린 운명에 놓였다. 미국에서는 법정 소송으로 인해 2027년까지 출시가 불투명한 반면, 유럽에서는 오는 11월 물질 특허 만료를 기다리며 상업화를 준비 중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아이젤덴트(CT-P42)',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오퓨비즈(SB15)'는 미국에서 아일리아의 '865 특허'에 가로막혀 특허 무효 심판에서 양사 모두 '재량 기각' 당했다.
865 특허는 아일리아의 고농도 주사제 제형 조성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다. 완충제와 계면활성제 등을 포함한 유리체내 주사제 조성이 핵심이며, 완충제 유무가 특허 침해 판단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 암젠의 바이오시밀러 'Pavblu'는 완충제를 제거한 제형을 채택해 특허 회피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865 특허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돼, 예비판매금지 명령도 피하고 출시 허가를 받았다.
반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 특허를 피하지 못했다. 별도 리제네론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865 특허가 만료되는 2027년 6월까지 미국 출시가 불가능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특허 심판에서 기각된 것은 맞다”면서 “유럽 출시 시점은 마케팅 측면에서 적절한 시점을 판단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일리아는 연간 약 13조원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중 약 8조원(62%)이 미국 시장에서 발생한다. 미국 내 판권을 보유한 리제네론은 전체 매출의 약 70%를 아일리아에 의존하고 있어, 시장 방어를 위한 특허 소송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일리아의 미국 물질 특허는 2023년 5월 이미 만료됐지만, 865 특허를 포함한 제형 특허는 2027년 6월까지 유효하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앞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3심 소송 강행 △시장 출시시점 연기 △리제네론과 합의 등 선택을 두고 고심 중이다. 소송을 강행하면 865특허 무력화에 도전할 수 있지만 승소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소송 비용과 시간 부담이 크다. 특허가 만료되는 2027년까지 기다리는 전략도 가능하지만, 암젠 등 선두주자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를 더 빨리 출시하려면 결국 리제네론과 일부 로열티를 지불하고 라이선스 합의가 필요하다.
이주철 특허법인 해안 대표는 “비용 계산을 했을 때 3심까지 특허 소송을 지속하는게 나은지, 아니면 발생한 매출의 적정한 로열티를 리제네론에 주는 식으로 협상하는게 좋은지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면서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시장에 대응할 적극적인 특허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