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판 종부세 도입에 쫓겨날 위기처한 고령층…“다시는 노동당에 표 안줘” 반발

2025-12-01

영국 노동당 정부(키어 스타머 내각)가 200만 파운드(약 39억원) 이상 부동산에 부과하기로 한 이른바 ‘저택세’(Mansion tax)를 두고 고령층 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류상 자산 규모는 높게 책정되더라도 소득은 미미한 경우가 많아서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이 발표한 예산안에는 2028년 4월부터 200만 파운드 이상 잉글랜드 부동산에 대해 추가 지방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영국 지방세는 주택 가격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가장 저렴한 4만 파운드(약 7800만원) 이하 A 구간부터 가장 비싼 32만 파운드(약 6억 2200만원) 초과 H 구간까지 구간을 8개로 나눠 차등 부과한다. 이에 더해 연간 2500 파운드(약 490만원)에서 최대 7500 파운드(1460만원)의 추가 세금을 저택세 명목으로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일정 기준액을 초과한 부동산 보유자에게 부과하는 한국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비슷한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4개 구간으로 나뉘는 저택세는 가장 낮은 200∼250만 파운드(약 39억∼48억원) 구간의 부동산엔 연간 2500 파운드, 가장 높은 500만 파운드(97억원) 이상 부동산엔 연간 7500 파운드가 부과된다. 이는 기존 지방세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 맞춰 매년 상승한다.

이같은 내용의 저택세가 발표되자 부동산을 실거주 목적으로 장기간 보유해온 고령층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올해로 88세인 에이미어 머피는 더타임즈과의 인터뷰에서 “평생 노동당에 투표해 왔지만 다시는 그들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0년 침실 여섯 개짜리 주택을 4000 파운드에 구입해 지금까지 거주해왔는데 현재 집값은 약 400만 파운드로 평가돼 저택세 부과 구간에 걸친다. 그러나 그의 연 소득은 연금 등을 포함해 약 3만 파운드 남짓이다. 이에 현재 지방세로 납부하고 있는 3138 파운드에 약 5000 파운드로 예상되는 저택세가 추가되면 유동성에 큰 문제가 생긴다는 입장이다.

더타임즈·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머피와 같이 오랜 기간 부동산을 소유해온 고령의 주택 소유자가 저택세 도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평가했다. 꾸준히 상승한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서류상 자산 규모는 높지만 현금은 부족한 계층이기 때문이다. 싱크탱크 퍼블릭 퍼스트(Public First)에 따르면 영국 지방세 상위 구간인 G·H 구간 주택 소유주 약 40%가 연금 생활자다. 더타임즈는 “머피의 사례는 예외적 사례가 아닌 전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영국계 글로벌 부동산 기업인 세빌스(Savills)의 주거 연구 책임자 루시안 쿡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고령층에 ‘다운사이징’(주택 규모 축소) 압박을 줄 것”이라며 “일부 주택 소유자를 도심 외곽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연금 생활자 등 소득이 낮은 이들을 위해 지불 연기를 허용할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이자를 고려할 때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저택세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둔화되면 인지세 등 연관 세수가 감소해 기대 만큼의 세수 증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취지다.

공교롭게도 저택세 부과 기준인 200만 파운드 이상 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10곳 가운데 9곳은 집권 노동당 의원 지역구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브래드쇼 아드바이저리에 따르면 런던 시내 한복판 시티 오브 런던·웨스트민스터(29%)와 전통적인 부촌인 런던 켄싱턴·베이워터(27%), 런던 첼시·풀럼 지역(16%)이 200만 파운드 이상 주택 비율 상위 3곳으로 나타났는데 모두 노동당 의원이 당선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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