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배달 기사(이하 라이더)의 배달료 체계를 개편한 가운데, 라이더 노조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배민 측은 라이더들 의견을 반영해 배달료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이같은 개편안이 라이더의 임금을 실질적으로 낮추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지난달 24일 '배달료 체계 통합개편'을 빌표했다. 개편안은 최소배달료를 전국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포함해 ▲장거리 할증 강화 ▲일단위 정산시스템 도입 ▲추가 보상을 제공하는 '배달고수클럽'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먼저 배민 측은 라이더들의 안정적인 소득 보장을 위해 지역별로 최소 보장금액을 상향했고, 이를 통해 최소배달료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달료 체계 통합개편으로 최소배달료가 기존보다 10%가량 상승해 라이더의 기본 임금 수준이 높아진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배민은 장거리 할증 강화로 라이더들이 추가 수익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존에는 기름값 등을 이유로 장거리 배달을 기피했는데, 이번 개편을 통해 이동 거리에 합당한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배민은 빠르고 안정적인 배달료 정산시스템에 대한 수요를 고려해 정산도 기존 '주단위 정산' 시스템을 '일단위 정산'으로 개편했다.
또한 배민은 많은 배달을 수행할 경우 추가적인 보상과 혜택을 제공하는 라이더 맞춤형 프로모션 'NEW 배달고수클럽'을 오는 5일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라이더는 배민커넥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등급별 혜택 및 달성조건, 누적 배달건수 및 일수 등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배민 측은 배달고수클럽은 더 많은 배달을 수행하고 싶어하는 라이더를 대상으로 이뤄지며, 전월 배달 수행건수에 비례해 최대 15만원의 보상과 안정적인 배차보너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배민의 물류시스템을 전담하는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이번 배달료 통합개편은 최소배달료 상향을 시작으로 장거리할증, 일단위정산, 배달고수클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배달에 들어가는 사회적인 비용을 낮추기 위해 다각도로 고려,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배민의 배달료 체계 통합개편이 오히려 라이더의 실질 임금을 낮추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히 라이더 노조 측은 배민이 일방적으로 이를 통보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민주노총 배달플랫폼노조는 배민의 이번 개편안을 '라이더 기만'으로 규정하면서 "배민 측이 자신들의 홍보에 유리한 내용만 강조해서 공지했고, 이와 반대되는 내용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배민 측이 바로배달과 구간배달을 하나의 배달체계로 통합함으로써, 마치 전반적인 배달료를 인상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바로배달료와 구간배달료를 조정해서 맞추고는 마치 배달료를 인상한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다"며 "바로배달의 경우 단체협약에 명시되어 있는 바 이러한 변경은 단체협약 위반소지가 있는 변경"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단체협약에 거리와 할증금액이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민 측이 이를 어기고 거리할증을 회사 임의대로 책정하고 나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조 측은 "변경된 배달료체계가 실제 배달라이더들의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면서 "이는 단체협약 위반의 소지와 함께 배달라이더의 처우를 장기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정책이며, 배달라이더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개편이 거리 할증의 최저 기준마저 무너뜨리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들은 "라이더들에게 명확한 산정기준 없이 주는 대로 받고 일하라는 식으로 변경된 것"이라며 "이는 배달료 산정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할 의지를 포기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배민의 이번 개편이 '약관변경 강제동의'에 해당하며, 이는 명백한 불공정 행위라고도 규정지었다.
배달플랫폼 노조는 "배민은 이번 배달료 체계 변경과 관련해 이전에도 그랬듯이 약관 변경 동의를 라이더들에게 사실상 강제할 것"이라면서 "이는 노조, 배달노동자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약관을 변경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플랫폼에서 활동할 수 없도록 압박하는 전형적인 불공정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배달라이더 약관 변경을 공지하기 전에 노조측에 내용을 전달해 협의를 진행하지도 않았으며, 갑자기 일방적으로 공지했다"며 "더욱이 임금교섭 중에 이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공정한 노사 관계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관련 법률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노조 측은 새로운 배달료 체계가 결국 단거리 배달료를 낮추고, 장거리 배달료를 일부 상향 조정한 '조삼모사식 정책'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결국 라이더에게 더 많은 부담을 전가시키게 될 것이며, 수익 감소와 노동강도 증가라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도 내놓았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라이더의 소득 안정성과 경제적 유동성 제고를 위해 현장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라며 "라이더 대상 서베이, 정책간담회 등을 통해 현장 라이더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내용이며, 거리할증 등은 단체협약과 무관한 내용"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작년에도 B마트 라이더 운임 약관변경 등으로 충돌해온 배민과 라이더 노조가 올해 역시 배달료 개편을 둘러싸고 갈등을 지속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플랫폼 산업에 정통한 한 학계 인사는 "플랫폼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는 종사자들의 법적 지위가 불분명하다는 데서 기인한다"며 "이에 회사 측은 언제든지, 이를 일방적으로 악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약관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경우 역시 회사 측과 노조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작년과 유사하게 '진실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배달 플랫폼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노사 간의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정립해 나가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전문가도 "배달 플랫폼 산업이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약관 변경'을 둘러싼 갈등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며 "업체 측에서 라이더 등 배달노동자들과 충분히 의견을 교환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 약관에 관한 문제는 회사 측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추후 제도적 차원에서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