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정후를 만났다. 그리고 이제는 LA 다저스에서 김혜성과 함께 한다. 2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한 메이저리그(MLB) 최고 좌완 블레이크 스넬과 코리언리거들과 인연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적하는 팀마다 스넬은 한국에서 온 새 얼굴을 만난다. 이들의 미국 적응을 누구보다 열심히 돕는다. 낯선 땅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2020년 말 스넬과 김하성은 거의 같은 시기에 샌디에이고에 입단했다. 스넬은 탬파베이에서 트레이드로 넘어왔고, 김하성은 KBO를 떠나 FA로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었다. 둘 다 프로 입단 후 첫 이적이었다.
스넬은 MLB닷컴 인터뷰에서 “처음 팀을 옮겼을 때 꽤 힘들었다. 탬파베이가 아닌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뛰면서 ‘나는 누구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어려움이 더 컸다. 한 차원 수준 높은 투수를 상대해야 했고, 낯선 문화에 적응해야 했다. 언어 장벽도 높았다. 김하성은 MLB닷컴에 “감정을 표현하고 싶고 대화도 하고 싶은데 표현의 한계가 있었다. 통역을 거쳐야 하니 시차가 생기는 것도 답답했다”고 말했다.
두 이적생은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스넬이 먼저 말을 걸었고, 대화가 이어졌고, 둘은 팀 내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됐다. 김하성은 스넬의 도움 덕분에 빠르게 새로운 리그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적응을 마친 김하성은 2023년 골드글러브를 따내며 자기 실력을 확실하게 적응했다.

스넬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팀을 옮겼다. 올해는 다저스와 새로 FA 계약을 맺었다. 공교롭게도 가는 곳마다 한국인 선수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 다저스의 김혜성이다. 두 사람 모두 김하성과 키움에서 함께 뛴 절친한 후배들이기도 했다.
김하성이 스넬에게 “나를 도와줬던 것처럼 그들도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먼저 부탁했다. 스넬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스넬은 “김하성이 한국 선수들을 정말 많이 생각한다. 그가 나에게 먼저 부탁했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나도 빅리그에 적응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정후, (김)혜성이도 같은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고 했다.
스넬은 김하성에게 부탁받은 대로 이정후, 김혜성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이정후는 “스넬이 정신적인 부분과 관련해 정말 많은 조언을 해줬다.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혜성은 “야구는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 내가 직접 경험하기 전에 누군가가 먼저 알려준다는 건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스넬과 코리언리거들 사이 인연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최근 김하성이 탬파베이와 FA 계약을 맺었다. 스넬이 2016년 데뷔해 5년을 뛰었던 팀이다. 탬파베이에는 여전히 그와 끈끈한 이들이 많다. 스넬은 MLB닷컴에 “탬파베이 모든 사람에게 말할 거다. 김하성을 많이 챙겨달라고. 김하성은 탬파베이에서 분명히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