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폭발' 은행판 '나는 솔로'...금융권도 나서서 결혼을 시켜야 하는 이유

2025-04-07

입력 2025.04.08 07:28 수정 2025.04.08 07:28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고령층 많아지면 대출 수요 감소하고

내수 침체로 기업 대출도 줄어들 수도

은행, 근본적 원인 '저출생' 극복 나서

은행권이 미혼 남녀 직원 매칭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직원들의 결혼에 직접 나서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저출생·고령화 심화로 금융업 존립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들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결혼장려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오는 26일 미혼 남녀 직원 매칭 프로그램인 '나는 SOLO-대체 언제까지'를 진행할 예정이다.

각 은행 지원자 중 남녀 직원 각 5명씩 총 30명이 단체 소개팅에 참가할 예정으로, 자기소개와 지원동기를 준비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에서 직원 소개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사내 데이팅 프로그램인 '슈퍼 쏠로' 1기를 진행했다. 반응이 좋아 올해 2기 모집도 완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 역시 미혼 직원 대상으로 '사랑, 그게 뭔데'를 진행했고, BNK금융지주는 같은 지역 한국자산관리공사 직원과 소개팅을 추진했다.

보수적인 은행이 직접 직원의 소개팅을 주선한단 점에서 의외라는 시각이 있지만, 실제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끼리 커플이 될 수 있어서다.

은행이 이렇게 직원 매칭 프로그램에 나선 이유는 화재를 끄는 이벤트를 통해 광고효과를 거두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저출생·고령화가 결국 은행의 수익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구변화에 따른 은행의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고령화가 진행되면 자산 규모 중 자가주택 보유 비중이 늘어 대출 수요가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령층이 많아지면 사회 전체적으로 내수가 정체되고 성장이 둔화될 우려가 있다"며 "이는 기업의 신규 투자를 억제해 기업 부채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노형식·임진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65세 인구 비중이 0.05%포인트 증가하면 은행의 이자이익은 1조1000억원 감소한다고 계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초고령사회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20%를 넘은 인구구조를 가진 사회를 뜻한다.

이렇게 되면 은행의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 금융권으로 유입되는 신규저축이 줄어들어서다.

대출자금 등 자금수요에 비해 신규자금 공급이 줄어들면 은행 조달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최근 비이자이익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고령화는 정부의 저성장, 저금리 기조에 속도를 붙이는데, 그 결과로 은행의 이자이익을 충분히 보전하지 못할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은행의 수익구조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라며 "결국 은행이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오작교 역할에 나서며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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