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400억원 매장 대표가 된 ‘전직 식당 알바생’이 일하는 방법

2025-04-08

먹고 사는 현장 어딘들 치열하지 않은 곳이 있을까. 그중에서도 외식업계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연상케 한다. 수없이 많은 도전자들이 이름없이 사라지는 피 튀는 전장. 하지만 생존을 넘어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들은 언제나 나오게 마련이다. ‘청기와타운’ 양지삼 대표(41)도 그런 사례다. 최근 몇 년 사이 급부상한 청기와타운은 LA 코리아타운을 재현한 컨셉트의 갈비집이다. 조개구이집 ‘알바생’으로 외식업계에 뛰어든 지 5년 만에 창업해 ‘영등포 백종원’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가 2020년 문을 열었다. 5년 만에 31개 매장, 연 매출 400억원의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단숨에 외식업계에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최근 이 과정에서 겪었던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한 책 <일하는 사장의 생각>을 냈다. 대동소이한 창업성공담 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하는 자세를 배우게 됐다”거나 “회사생활에서 멘탈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리뷰가 꽤 눈에 띄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얼마 전 서울 영등포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 첫눈에 들어온 건 책상 뒤 벽면에 빽빽하게 붙어 있는 포스트잇이었다. 그가 만났던 누군가가 절박하게 적은 질문들이었다.

“인스타그램으로 DM이 많이 왔는데 처음엔 식당 문을 닫은 뒤 새벽 2~3시까지 답을 드렸어요. 그런데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 오프라인 모임을 제안했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만들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포스트잇에 적은 질문을 받아 답하는 형식으로 여러 차례 진행했는데 저 역시 많은 인사이트를 얻게 됐어요. 그렇게 오간 문답들이 책으로 엮어지게 됐고요. 메모를 붙여둔 건 초심을 잃지 말자는 뜻에서입니다.”

‘전직 식당 알바생’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어려서부터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떡볶이나 햄버거 하나를 먹더라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까를 고민했다. 맛있는 음식 장사해서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한 뒤 호텔 주방에서 시작한 사회생활이 딱히 적성엔 맞지 않았다. 호텔을 그만두고 뭐라도 팔아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뒤 서울 신림동의 한 조개구이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다. 직원들이 조갯살을 발라주며 조개의 종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는 등 좋은 서비스 덕분에 손님이 끓던 가게였던지라 뭐라도 배울 게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스물다섯살 때였다.

장사로 성공하겠다는 다짐이 있었기에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간단했어요. 사장처럼 일하자는 거였어요. 돈도 받으면서 사장이 해야 할 일을 배운다고 마음먹으니 편하더라고요. 저희 아버지가 조개잡이 배를 타던 어부였던지라 조개며 해산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차별화된 설명을 할 수 있던 것도 자신감의 바탕이 됐어요. 현장에서 많은 인정을 받고 성장하는 저를 발견하면서 이 길이 내 길이구나 싶었죠. 5년간 일하면서 사장님 매장이 7개까지 늘어났어요.”

5년간 모은 1억2700만원으로 영등포에 삼겹살집을 냈다. 서른살 때였다. 치킨, 고기, 회 등 여러 가지 메뉴로 가게를 늘여갔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몇 년 만에 10개의 가게를 냈고 ‘영등포 백종원’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운이 따라주면서 많은 성과도 얻었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허전함이 꼬리를 물었다. “먹고 사는 데 충분했고 남들 보기엔 성공이랄 수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제가 뭘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 년간의 고민이 내 브랜드를 만들자는 결론으로 이어졌지요. 그렇게 탄생한 것이 청기와타운입니다.”

LA 코리아타운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외관으로 관심을 끌고 맛으로도 인정받으며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레트로 감성의 ‘힙한’ 갈빗집으로 입소문이 났지만 오히려 걱정이 커졌다. “힙한 것은 일시적이거든요. 오래 살아남으려면 명확한 타깃을 대상으로 ‘내 편이 될 고객’을 찾는 것이 필요했었어요.”

가끔 갈비로 외식하면서 집밥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은, 자녀를 동반한 30~40대의 부부. 그렇게 기준을 세운 뒤 갈비를 구워주고, 아이들에게는 미역국으로 식사를 챙겨주고, 와인 콜키지프리를 제공하는 서비스 체계를 잡았다. 내친김에 매장 전면에 와인을 진열했고 전용 와인잔도 만들었다. 그는 “소소하지만 치밀하게 차별화된 이미지를 담으려 노력했다”면서 “시간이 지나도 퀄리티가 변하지 않는, 동시에 친숙함은 더욱 강해지는 그런 곳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매장을 내면서 처음으로 해외 진출에도 나선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